[방송]방송언어 '비속어-조어' 판친다

  • 입력 2003년 3월 18일 18시 13분


“입 놀리지 말랬지. 그놈의 입을 확 꿰매든지 해야지”(남편이 아내에게, KBS2 ‘저 푸른 초원 위에’) “아주 웃겨, 우리 아빠, 아주 막 놀아 먹었네.’(딸이 아빠에게, SBS ‘흐르는 강물처럼’) “넌 입으로만 네네했지 내 말은 완전 귓등이야… 너 몸 속에 피가 있는 애니?’(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MBC ‘인어아가씨’)

TV 드라마의 언어 수준이 이처럼 심각하다. 갈등 상황만 강조하다가 인격을 무시하는 공격적인 단어를 남발하고 있는 것.

시청자단체 ‘미디어세상열린사람들’은 2월26∼3월9일 KBS MBC SBS 등 지상파 TV 3사의 드라마, 연예오락, 보도 프로그램를 대상으로 방송 언어의 오염 실태를 조사했다.

△국적불명의 조어(造語)=터치당하다, 럭셔리한 눈빛, 포토토크, 싸이코틱한 성격이군요, 터프가이, 나이트가자, 버전, 취중토크…. 외래어와 국어를 섞어 만든 정체 불명의 조어는 의미를 파악하기 힘든 지경.

출연자의 모습을 묘사하는 자막도 마찬가지. ‘작은 깜찍, 큰 끔찍, 무거운 팽이 강호동, 질-질-질 눈빛, 고개숙인 럭셔리 질-질-질, 락커닭으로 변신, 촐싹닭, 질질질 트위스트, 체력만땅, 구루미 소영…’ 등이 의미를 이해하기 어려운 말들이 이어지고 있다.

△비속어와 사투리=‘삥땅치다 걸렸어요’(김건모) ‘선수죠, 선수들의 방법이예요, 환장하죠’(SBS‘야심만만’) ‘저러다 똥 싸겠다’(SBS ‘토요스타클럽’) ‘젤루 좋아하는…’(MBC ‘타임머신’) 등 비속어가 오락물뿐만 아니라 교양 프로그램에서도 넘쳐나고 있다. 또 ‘워메, 어따, 데부다 줬죠’(강호동, SBS ‘야심만만’) ‘냅둬버려 뒤져불게’(이진성, KBS2 ‘신동엽 김원희의 헤이!헤이!헤이!’) 등의 사투리도 자주 나온다.

△자극적 뉴스자막=뉴스 자막에서도 “불나면 다죽죠, 명길면 살고”(MBC ‘뉴스데스크’) ‘서열파괴, 꽃샘추위 전국을 강타, 사기 메시지 철퇴’(KBS ‘뉴스 9’) ‘일촉즉발 20분, 의도적 도발’(SBS ‘8 뉴스’) 등 눈길을 붙잡기 위한 자극적 표현이 자주 사용됐다. 뉴스 내용에서도 ‘∼할 것 같습니다’ ‘∼라고 여겨집니다’ 등 자신없는 견해를 나타내는 표현은 삼가야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서문하 ‘미디어세상열린사람들’ 대표는 “방송 언어 훈련이 전혀 안된 가수나 탤런트 등 스타들이 대거 MC로 나서면서 반말이나 장난 수준의 대화가 빈발해 방송의 품위를 저하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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