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리뷰]'큐브2'…더 끔찍해진 정육면체 미로

  • 입력 2003년 1월 23일 18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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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브 2’ 사진제공 래핑보아

‘큐브 2’ 사진제공 래핑보아

3년전 젊은 캐나다 감독 빈센조 나탈리가 수많은 정육면체 방(큐브)으로 구성된 미로속에 갇힌 죄수들이 출구를 찾아 헤매는 과정을 그린 공포 영화 ‘큐브’를 만들었을 때, 할리우드는 그 아이디어의 기발함에 주목했다. 한 세트 안에서만 찍은 저예산 영화이나 실체를 알 수 없는 폐쇄된 공간의 공포를 독특하게 묘사했기 때문.

할리우드에서 만든 속편 ‘큐브 2 (Hypercube: Cube 2)’의 설정도 ‘큐브’와 같다. 큐브안에 갇힌 정신과 의사, 엔지니어, 변호사 등 8명은 자신들을 가둔 이들의 음모를 파악하고 출구를 찾기 위해 계속 방들을 헤맨다.

1편에서는 방들이 일정한 규칙에 따라 시간에 맞춰 움직였으나 ‘큐브 2’에서는 방들이 4차원의 세계에서 시 공간을 교차한다. 하나의 문을 열면 과거와 미래가 현재와 공존한다.

1편과 달리, 방 자체가 살아있어 100% 안전한 방도 찾을 수 없다. 인체를 산산조각 내는 레이저 스피어 등 1편에 없던 살인 기계들도 수시로 등장해 생존자들을 위협한다.

이처럼 업그레이드 된 ‘하드웨어’와 달리, 큐브의 법칙을 밝혀내야만 살 수 있는 사람들의 지력과 기력은 모두 1편보다 못해 보인다. 1편에서 죄수들은 인수분해 등 온갖 수학 계산법을 동원해가며 출구를 찾았으나 2편에서는 숫자가 더 이상 단서가 될 수 없다. 모든 법칙을 폐기해버리고 살아 움직이는 방안에서, 갇힌 자들은 완벽하게 무기력하다.

‘저수지의 개들’ ‘펄프 픽션’의 촬영 기사 출신으로 ‘큐브 2’를 통해 감독에 데뷔한 안드레이 세큘라는 더 무시무시해진 큐브의 위력을 묘사하는 데에만 관심을 기울였다. 스릴은 일방적으로 당하는데서가 아니라 작용과 반작용을 통해 형성되는 긴장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확인하게 된다. 15세이상 관람가. 24일 개봉.

김희경기자 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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