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MBC ‘일밤-박수홍의 꿈…’ 사생활 침해 논란

  • 입력 2002년 12월 4일 17시 19분


사생활 침해 논란을 빚고 있는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박수홍의 꿈은 이루어진다’.사진제공 MBC

사생활 침해 논란을 빚고 있는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박수홍의 꿈은 이루어진다’.사진제공 MBC

한 시청자가 자신이 사는 아파트 노인정에 난방시설을 놓아달라며 방송 프로그램 제작진에 도움을 요청했다. 제작진이 내건 조건은 한 가지. 신청자가 사는 아파트 동의 모든 세대가 밤 9시 정각에 불을 껐다가 10초만에 일제히 불을 켜면 1000만원의 지원금을 주겠다는 것이다.

이날 반장과 부녀회장이 전세대 입주자의 전화 번호를 알아내느라 난리가 나고 일일이 전화를 걸어 일찍 들어오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한 세대가 불을 끄지 않아 이날의 ‘미션’은 실패.

이는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박수홍의 꿈은 이루어진다’가 1일 방영한 프로젝트다. 그 취지는 어려운 이웃도 돕고 이벤트성 프로그램도 제작하자는 것.

그러나 문제는 아파트 한 동에서 100세대가 넘는 가구들이 거의 동시에 불을 끄라고 요구하는 미션이 억지스럽다는 점이다. 11월3일 처음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백혈병을 앓는 이웃을 도와달라” “CCTV를 설치해달라”는 등 매주 신청자들의 요구만 다를 뿐, ‘미션’은 같다.

불을 끄라고 요구하는 것은 오락 프로그램의 시각적 효과 때문.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가구 중 집을 비우는 맞벌이 부부는 눈총을 받기도 하고 주민들은 외식하러 나간 가족을 찾아 식당까지 가기도 한다.

시청자들은 이에대해 “사생활 침해의 소지가 많다”고 말한다. 이 프로그램의 인터넷 게시판에는 “모든 주민이 촬영 스케줄에 맞춰야 한다는 발상이 어이없다” 는 등의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강혜란 부장은 “이웃 돕기라는 대의명분 때문에 주민들이 거부하기 어렵다”며 “이웃 돕기를 이처럼 무리한 주민 동원으로 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최영근 담당 책임프로듀서는 “실패하면 특정 주민이 ‘왕따’가 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나 이웃을 돕기 위한 흥겨운 이벤트 정도로 여겨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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