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아니 벌써 20년" 김미화의 코미디스쿨

  • 입력 2002년 9월 18일 17시 05분


“지금까지 행복했고 앞으로도 행복할 겁니다. 연기하기를 참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120% 만족합니다. 내 꿈은 코미디언으로 사는 ‘코미디 인생’이었고 이런 꿈을 이룬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코미디언 김미화(39)가 21일 추석 특집으로 방영되는 SBS ‘김미화의 코미디 스쿨’(오후 5시)로 데뷔 20년 무대를 갖는다. 정확하게는 83년 6월 MBC 라디오의 ‘개그 콘테스트’로 데뷔했으니 20년째이다.

그는 “‘디너쇼’ 같은 프로는 하고 싶지 않았다”며 “이 프로를 계기로 회고가 아니라 다시 시작한다는 다짐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실제 이 프로에는 20년 무대이지만 SBS ‘웃으며 삽시다’의 ‘삼순이 부루스’를 빼고는 그의 히트 코너들이 없다. 후배들이 부르는 아카펠라 ‘화투노래’, 전기 바이올린 연주자 유진 박과 바이올린 신동의 음악 대결, ‘김미화를 거쳐간 사람들’ 등이 이어진다.

‘삼순이…’에서는 요즘 뜨는 가수 비, ‘김미화를…’에서는 MC 황인용, 야구해설가 하일성, 고승덕 변호사, 김미화의 남편 김영남씨(45) 등이 출연한다.

“남편은 ‘마이크 공포증’ ‘무대 공포증’이 있거든요. 예전에 KBS ‘빅쇼’ 말고는 ‘땡’이었죠. 그래도 20년이라니까 어쩔 수 없이 나오더군요. 제가 설득했죠. 대사도 없고 가만히 서 있으면 된다고^^.”

데뷔 20년째를 맞는 코미디언 김미화가 SBS 등촌동 공개홀에서 기념 무대를 함께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둘러싸여 미소를 짓고 있다. 변영욱기자 cut@donga.com

PD 출신인 주철환 교수(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는 “김미화(金美花)는 이름처럼 코미디계의 ‘아름다운 꽃’”이라며 “153㎝의 작은 키는 그의 열정과 겸손함 때문에 훨씬 커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프로에서는 개그맨 전유성과 백재현이 게스트로 출연한다. 99년 KBS2 ‘개그콘서트’의 원년 멤버로 활동한 것을 비롯한 오랜 인연 때문이다.

김미화는 “전 선배와 백재현씨가 ‘개그콘서트’ 초창기 때 ‘김미화 20년 무대는 우리가 책임진다고 약속했다”며 “전 선배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재현씨는 뜨거운 무대 열정으로 끊임없이 자극을 주는 동료”라고 말했다.

김미화가 들려주는 ‘개그콘서트’ 탄생 비화.

“‘개그콘서트’는 ‘이소라의 프로포즈’의 코미디 버전이라고 하는데 처음에는 방송사에서 아무도 이해를 못하더군요. 마침 전 선배가 대학로에서 진행되는 공연을 보여주더군요. 그래서 이 공연을 비디오로 찍어 전 선배 집에서 PD들과 함께 봤어요. 그게 진짜 코미디를 좋아하는 관객과 무대 코미디의 만남, 바로 ‘개그콘서트’죠.”

‘개그콘서트’는 출범 이후 새로운 스타일의 코미디 프로그램으로 화제를 불러일으켰으나 최근에는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로부터 ‘2002 최악의 방송 프로그램’으로 꼽히는 불명예를 안았다.

김미화는 이에 대해 “제작진과 출연자들이 좋은 아이디어보다 자극으로 시청률을 잡으려는 욕심이 부작용을 냈다”며 “후배들에게 초심으로 돌아가 참신한 아이디어로 다시 승부해 보자고 채근했다”고 말했다.

그는 ‘개그콘서트’외에도 SBS ‘재미있는 TV 천국’과 KBS라디오 ‘안녕하세요, 황인용 김미화입니다’를 진행하고 있으며 ‘사랑의 삼각끈 운동’ 등 여러 사회봉사단체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그를 가장 괴롭히는 것은 ‘공부’다.

“연예인이 아닌 김미화는 성균관대 사회복지학과 학생(2년)이죠. 누구는 ‘공부가 제일 쉬웠다’고 주장하지만 그건 거짓말이에요. 공부가 제일 힘들어요.”

그의 1학기 평점은 4.5점 만점에 3.76이다. 1학년 때는 3.98이었지만 지난해 ‘개그콘서트’에 복귀하면서 성적이 떨어졌다.

“봉사한다는 말보다는 나이들었을 때의 삶의 질을 생각합니다. 현재는 인기가 있으니까 주변에서 알아보고 좋아하지만 나이들면 어떡해요. 제가 전공한 코미디로, 사회복지학으로 할머니가 돼서도 즐겁게 살고 싶습니다.”

그는 또 “특별히 가진 연기 철학은 없지만 뿌리가 튼실하지 못한 ‘코미디 나무’는 오래 살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좋은 코미디를 위한 고민을 멈추지 않는 코미디언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갑식기자 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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