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피플]'연애소설' 주연 차태현 인터뷰

  • 입력 2002년 9월 11일 17시 19분


사진촬영을 위해 광화문 번잡한 길거리에 나선 차태현. 석동률기자
사진촬영을 위해 광화문 번잡한 길거리에 나선 차태현. 석동률기자
《두리번 두리번∼∼, 건들 건들∼, 툭툭.

습한 오후의 눅눅한 공기를 발로 툭 차듯 털어버리는 차태현(26)의 산만하면서도 젊은 기운. 지금이 봄인가? 헷갈릴 정도다. 남자도 화사할 수가 있는 거구나.

지난해 ‘엽기적인 그녀’의 대성공 이후 젊은 여성들의 우상이 된 차태현은 원빈 장동건 같은 꽃미남들을 제치고, 최근 네티즌 설문에서 ‘올 여름 함께 휴가가고 싶은 남자 연예인’ 1위로 꼽혔다. 13일 개봉되는 영화 ‘연애소설’에서도 차태현의 역할은 여자들에게 다정하고 귀여운 남자. ‘엽기적인 그녀’의 견우와 크게 다르지 않다. 광화문의 카페에 앉아 딸기주스를 마시며 차태현이 잡담처럼 들려준 ‘나, 차태현’은….》

#1:잘하는 거만 할래요

맞아요. ‘연애소설’에서의 배역도 뭐, ‘엽기’ 때랑 비슷해요. 뭐 만날 비슷한 거만 하느냐고 볼 수도 있는데, 나는 내가 아직 캐릭터를 바꿔가며 연기할 단계는 아니라고 생각하는 거죠. 시나리오를 받으면 ‘내가 이걸 할 수 있을까’를 가장 많이 생각하는데, 내가 뭐 정우성식 멜로를 하겠어, 아니면 배용준식 멜로를 하겠어. 내가 그런 거 하면 웃기지 않겠어요? 뭐 나이들면 연기 폭은 넓어질테고, 지금은 잘할 수 있는 거를 하면 되는 거죠. 서른몇살인 캐릭터, 결혼한 남자 이런 거는 절대 못하죠. 얼굴이 동안인데.

#2:나도 망가지고 싶은데…

사실 ‘센 코미디’하고 싶은데 그렇다고 ‘조폭’ 영화는 싫어요. TV드라마에서 양아치를 많이 했기 땜에 영화에서는 싫거든요. 오버를 좀 해야 되는 연기는 재미도 없고, 잘 못하고. 아예 ‘덤 앤 더머’처럼 망가지는 코미디를 해보고 싶은데….

어차피 사람들이 나한테 원하는 것도 재미있는 영화일텐데, 그런 기대를 저버리고 멜로로 멋있게 보이려고 애쓸 생각은 없어요. 멜로는 연기하면서도 나도 ‘닭살’ 돋죠. 미치죠. ‘연애소설’에서 좋아하는 여자가 앉아 있는 카페 밖에서 시계를 들고 밖에 서서 소리를 지르는 장면이 있는데 하필이면 구경꾼들이 몰려드는 거예요. 너무 창피해서 어색하게 끝냈는데 오히려 배역의 순진한 면모가 살아나서 다행이에요.

좋아하는 배우? 미국의 짐 캐리, 일본의 오다 유지, 한국의 박중훈이죠. 다 재미있다는 느낌을 주는 사람들이잖아요. 멜로를 해도 무겁지 않고, ‘닭살 커버’가 가능한 사람들이고. 나도 그렇게만 되었으면 좋겠는데….

#3:형님들

여자랑 잘 놀아줄 것 같다고요? 에이, 안그래요. 저는 주로 형들이 좀 많죠. 재욱이형(안재욱)이나 중훈이형(박중훈)이나. 중훈이형은 존경하는 분이고, 재욱이형은 주인공으로서의 태도, 그런 걸 알려준 분이에요. 남자배우들끼리 한 달에 한번씩 모여 골프를 치는 모임이 있는데 제가 그 모임의 막내예요. 핸디요? 94정도. 뭐 잘 치진 못해요. 예전엔 축구도 좋아하고 그랬는데 요즘은 골프만 해요. 중훈이형은 나한테 특별한 분인데, 날 너무 예뻐해줘요. 코미디 연기할 때 나더러 “젊은 시절의 박중훈을 보는 것 같다”는 말을 누가 한 적이 있는데, 중훈이형이 절 보고 “너는 꼭 나 젊을 때 같아” 그러는 거예요. 막상 그분이 그렇게 말해주면서 예뻐해주니까 정말 좋더라고요. (자랑하는 태도로) ‘연애소설’ 시사회할 때도 형들 휴대전화로 문자메시지를 보내 초대했는데, 중훈이형한테 그게 안갔나봐요. 오늘 내 휴대전화에 “나한테도 시사회한다고 알려주지 그랬느냐”하고 문자메시지를 보냈더라고요.

#4:말이 안되니까 영화죠

‘연애소설’요? 아무 기대하지 마시고 2시간 정도 시간이 남거들랑 그냥 와서 편하게 보세요. 멜로영화가 다 그렇죠, 뭐. 좀 지루하기도 하고. 내 영화인데 왜 이렇게 심드렁하게 말하냐고요? 얼마전에 ‘인썸니아’를 봤는데, ‘아, 기대를 막 높여놓는 마케팅을 하면 안 되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메멘토’를 너무 재미있게 봐서 기대를 잔뜩 하고 보러 갔는데, 참 별로더만요. 그래서 ‘연애소설’도 기대하지 말라고, 내가 미리 말하는 거죠. 사실 말도 안 되는 설정들도 좀 있고. 그런데 있을 수 없는 일을 그리는 거니까 영화 아니겠어요?

아으, 나는 일상을 파고드는 영화는 재미없어요. ‘생활의 발견’ 같은 영화는 못봐요. ‘오! 수정’도 그런 면에서 내 ‘과’가 아닌데, 이은주(‘연애소설’의 공동주연)가 나왔다기에 한 번 봤거든요. 근데 이상한 장면이 나오기에 에이구, 저게 뭐야 싶어서 그냥 꺼버렸어요. 아는 사람이 벗고 나오는 영화 보면 나중에 만날 때 이상해지잖아요. 근데 이 이야기가 왜 나왔더라? 좌우간.

TV로 안 돌아갈 거냐고요? 왜요? 나는 순발력이 필요한 TV연기가 더 재미있어요. 사실 경제적으로 따져도 TV가 CF도 많이 들어오고 더 좋아요. 내가 욕심을 부리면 나쁜 짓이라고 생각하니까 자제하는 거지. 저는 TV에서 큰 사람이기 때문에 TV를 못버려요. 나중에 뭐, ‘영화배우 차태현’이나 ‘TV 탤런트 차태현’ 말고 ‘연기자 차태현’으로 사람들이 불러줄 수 있을 만큼만 내가 컸으면 좋겠는데, 글쎄 잘 될라나? 잘 되겠죠 뭐.

김희경기자 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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