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진의 톡톡스크린]턱시도…드레스…기자도 예외 없어요

  • 입력 2002년 5월 23일 17시 25분


여기는 프랑스 칸입니다. 칸 영화제 취재 때문에 오늘은 톡톡 스크린을 칸에서 쓰고 있습니다.

칸 영화제하면 뭐가 제일 먼저 떠오르세요?저는 ‘레드 카펫’입니다. 말 그대로 ‘붉은 양탄자’인데요, 공식 시사회가 열리는 메인 상영관 입구까지 약 30m에 걸쳐 깔려있지요.

수많은 세계적인 스타들이 밟았던 그 레드 카펫 위를 저도 걸어가 봤는데요, 사진에서 보던 것과는 달리 그다지 깨끗하지는 않더군요. --;레드 카펫이 깔린 계단의 갯수는 정확히 20개였습니다.

며칠전 마틴 스콜세즈 감독의 ‘갱스 오브 뉴욕’ 시사 때도 레오나르도 디 카프리오, 카메론 디아즈, 샤론 스톤 등이 레드 카펫 위를 걸어갔었죠. 그런데 정작 제 눈길을 끌었던 건 사진 촬영에 정신이 없는 카메라 기자들의 옷차림이었습니다. 수백명의 사진 기자들이 단 한 명도 빠짐없이 나비 넥타이와 검은색 턱시도를 입고 있었거든요. 그 모습이 오히려 사진감이더군요.

칸 영화제측에 전화해 물어보니 “복장 규정(Dress Code)에 따라 공식 시사회의 경우 반드시 여자는 드레스, 남자는 턱시도를 입어야 한다”고 하데요. 넥타이도 일반 넥타이 말고 나비 넥타이(Bow-Tie)여야 한답니다.

만약 드레스나 턱시도를 안 입으면 어떻게 되냐고요? 음. 덩치가 큰 경비원이 다가와 줄 밖으로 마구 밀어냅니다. 뒤늦게 복장 규정을 안 한국의 어느 여기자는 황급히 원피스를 사입었는데요, 옷 스타일이 너무 얌전(?)했는지 경비원이 다가와 “이건 드레스가 아니다”라며 줄 밖으로 끌어내 결국 극장안에 들어가지도 못했지요. 이건 좀 심했죠? (그래서 저는 한복을 입을까 생각중입니다. ^^)

복장 규정이 장난이 아님을 안 남자 기자들도 턱시도를 빌려주는 옷가게를 찾아 동분서주 하거나 아예 취재를 포기하더군요. 복장 때문에 취재를 못하다니!

베니스나 베를린 영화제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이런 까다로운 규정 때문에 칸 영화제는 종종 귀족의 잔치라느니, 권위적이라느니 하는 비난을 뒤따르기도 합니다.

하지만 어쩌겠어요. 로마에 오면 로마법을, 칸에 오면 칸의 법을 따를 수 밖에.

부산국제영화제가 하루빨리 세계적인 영화제가 됐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공식 시사 때는 모두 한복을 입어야 한다는 복장 규정을 만드는 건 어떨까요?^^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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