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중견 연기자들의 화려한 변신 "그들이 있어 시청자는 즐겁

  • 입력 2001년 4월 13일 18시 37분


'강석우 박영규 노주현 이홍렬.'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연예인인 이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나이는 지긋하지만 인기는 20대 신세대 스타들 못지 않다는 것, 전과 다른 모습으로 변신해 주목을 받았다는 점이다. 그리고 하나 더. 그들만 나오면 시청자는 먼저 웃을 준비를 한다.

* 미달이 아빠와 장진구가 손을 잡으면 ?

각각 '장진구'와 '미달이 아빠'라는 최고의 코믹 캐릭터를 연기했던 강석우와 박영규는 최근 새로운 '라이벌 관계'를 형성했다. 새로 시작하는 MBC 아침 드라마 <어쩌면 좋아>에 나란히 캐스팅 된 것.

극중에서 두 사람은 서로를 못잡아 먹어 안달이 난 앙숙이다. 빈털터리 백수 공병대역을 맡은 강석우, 그의 누나 김자옥을 좋아해 같은 집에서 하숙생활을 하는 구두쇠 박영규. 강석우의 입장에서는 '음흉하게' 누나를 넘보는 박영규가 불만이고, 박영규 입장에서는 누나 집에서 얹혀 사는 주제에 말만 많은 강석우가 눈에 가시다.

사실상 드라마의 인기를 좌우할 둘의 활약에 제작진은 벌써부터 기대가 대단하다. 이런 기대가 무색하지 않게 지난 11일 있었던 드라마 첫 녹화는 이 두 사람 때문에 난리가 났다. 정색을 한 채 대본에 없는 즉흥연기까지 해가며 치열한 연기 대결을 벌이는 두 사람을 지켜보던 김자옥 유준상 이태란 등이 웃느라 연기를 제대로 하지 못했던 것.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시청률 20%는 가능하다'는 인기 높은 두 베테랑이 함께 힘을 합했다는 점에서 <어쩌면 좋아>는 벌써부터 화제이다.

* 탤개맨 VS 개탤맨

강석우와 박영규가 MBC 드라마에서 손을 잡았다면, SBS에는 시트콤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수 없다>의 노주현과 이홍렬의 연합전선이 눈에 띈다. 두 사람 역시 시트콤에서 전과는 180도 다른 모습으로 변신했다. 다만 강석우와 박영규가 나란히 멜로 스타에서 코믹 스타로 변신한 것과 달리 두 사람은 서로 엇갈린 모습으로 자리바꿈을 했다는 점.

그동안 중후한 신사의 이미지로 대변됐던 노주현은 이 시트콤에서 처음으로 코믹연기에 도전하고 있다. 눈치없고 무능력하기로는 '미달이 아빠'와 맞먹고 자존심과 잔머리로는 '장진구' 못지않은 노주현의 연기는 날이 갈수록 물이 오르고 있다. 멜로물의 스타였다는 것이 의심스러울 정도. 그에 못지않게 파격적인 변신을 시도한 아버지 신구와 펼치는 연기는 <순풍 산부인과>의 오박사와 사위 영규를 능가하는 '환상의 콤비'라는 평가이다.

이홍렬은 노주현과는 달리 촌철살인의 웃음을 추구하던 개그맨에서 차분한 연기자로 변신했다. 과장된 개그맨식 연기를 버리고 차분한 정극 연기를 추구하는 그의 모습은 노주현의 모습과 대조를 이루면서 극의 재미를 더하고 있다. 처음에는 소극적인 역할이 다소 어색하게 보였던 이홍렬은 요즘 극중에서 배종옥에 대한 짝사랑이 본격적으로 펼쳐지면서 연기가 본 궤도에 올랐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연기자로서 오랫동안 지켜온 자기의 이미지를 바꾼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불혹을 훌쩍 넘은 연기자들이 보여주는 신선한 변화는 멋있고 그림좋은 역할에만 집착하는 젊은 연기자들에게는 좋은 모범이 되고 있다.

김재범 <동아닷컴 기자> oldfie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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