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용 만화영화 보러오세요"…국내외 화제작 개봉 러시

  • 입력 2000년 1월 12일 00시 42분


이제 애니메이션은 어린이만 보는 것이 아니다. 새해들어 성인 대상의 국내외 애니메이션 화제작들이 잇달아 개봉될 예정이어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새해 선을 보이는 국산 창작 애니메이션은 ‘한국적 해학과 유쾌한 상상력’이 살아 있는 에로티시즘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2월에 비디오전용 애니메이션으로 출시되는 ‘고인돌’은 74년부터 18년간 각종 잡지에 830여회나 연재됐던 박수동의 만화가 원작. 성냥개비에 잉크를 묻혀 그리는 자연스러운 그림체, 독특한 캐릭터의 원시인들이 빚어내는 해학은 30,40대 관객들에게 향수를 자아낸다. ㈜오돌또기가 제작을 맡았으며, ‘황신혜밴드’가 트로트에서 테크노까지 모든 장르를 망라해 작곡한 배경음악도 흥미를 더할 것으로 보인다.

영화로 만들어져 흥행에 성공했던 ‘변강쇠뎐’도 국내 최초의 ‘수묵화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돼 올 8월 극장에서 개봉된다. 고전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이 작품은 한국화만의 독특한 붓놀림과 화선지의 질감이 어우러져 신윤복의 풍속화같은 화면을 선보인다. “한국적 에로티시즘은 외설이라기 보다는 유쾌한 해학이 넘쳐나는 생명의 세계”라는 전남대 이태호교수의 말처럼 조선 시대의 해학적 성(性)미학을 수묵화로 표현한다.

미국의 성인용 애니메이션도 잇달아 나온다. 최근 비디오로 나온 ‘사우스 파크’와 1월 22일 극장에서 상영되는 ‘헤비메탈2’가 그것. ‘그림은 어린이용, 내용은 어른용’인 ‘사우스 파크’는 초등학생 캐릭터들이 욕설을 거침없이 쏟아내며 사담 후세인, 빌 클린턴, 빌 게이츠 등 어른들의 세계를 마음껏 풍자한다. ‘헤비메탈’은 미국과 캐나다의 아티스트 만화가들과 첨단기술력을 동원해 제작비 1500만달러(약 171억원)을 들여 만든 대작. 사실적이고 파격적인 성적 표현, 실사 영화를 방불케 하는 우주 전투신 등의 볼거리가 풍부하다.

국내에서 성인용 애니메이션이 처음 나온 것은 94년의 ‘블루시걸’. 그러나 극장에서 상영된 이 작품은 관객으로부터 혹평을 받았다. 그 뒤 98, 99년 비디오 전용 애니메이션으로 출시된 ‘누들누드1, 2’가 본격적인 성인용 애니메이션의 붐을 일으켰다. 양영순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기발한 아이디어와 심리묘사로 공개적 ‘성(性)담론’이 무성했던 세기말 사회 분위기와 맞아떨어져 큰 인기를 끌었다.

한편 만화평론가 박인하씨는 “성인용 애니메이션은 애니메이션 산업의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장르”라고 말한다. 안정적인 시장을 토대로 표현법에 대한 자유로운 실험과 치밀한 구성 등 작품성을 추구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 연간 9조원에 이르는 일본의 애니메이션 산업도 성인용 애니메이션이 차지하는 비율이 40%를 넘어서고 있다.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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