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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11월 30일 19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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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끌시끌시끌대는 여의도땅/금배지만 달고나면 우리 세상/장관부인 신이나서 모피코트/요지경속 여의도/…치고박고 밀고당겨 국회실종/당리당략 중상모략 폭로전쟁/국민들은 뽑고나서 신세한탄/내년에는 잘뽑아’(여의도 트위스트).
‘울릉도 트위스트’의 가사만 바꾼 ‘여의도 트위스트’다. 대학가에서 유행했던 ‘노래가사 바꿔 부르기(노가바)’인 셈.
‘노가바’ 코너는 MBC 라디오 ‘즐거운 오후 2시 이택림 김나운입니다’에서 매주 월요일 방송된다. 청취자의 가사를 받아 그룹 ‘일기예보’와 ‘유리상자’가 격주로 노래한다.
‘여의도 트위스트’는 11일 방송됐던 노래. 민생법안은 제쳐두고 정쟁만 일삼는 국회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모피코트 거짓말 사태’를 꼬집었다. 이 노래를 불렀던 ‘일기예보’는 “바꾼 가사가 ‘칼날’ 같은 내용이지만 유머가 있어 재미있다”고 말했다.
‘노가바’코너는 이달초 시작된 뒤 ‘노가바’가사를 담은 엽서가 매주 30∼40통씩 올만큼 반응을 얻고 있다. 그 중에는 ‘여의도 트위스트’처럼 세태를 풍자하거나 서민의 소망을 담은 가사도 있다.
송대관의 ‘차표 한장’을 ‘복권 한장’으로 개사한 노래.
‘복권 한 장 손에 들고 집으로 왔다/이번에 한방 터지면 장가 가야지/…엄청 큰 돼지 한 마리 내게로 왔지/…곱게 모셔둔 복권 한 장에/이 마음 마냥 행복해’.
또 윤수일의 ‘아파트’의 가사를 바꿔 여자 진행자 김나운에게 빨리 결혼하라고 재촉하는 노래가 방송되기도 했다.
국내 ‘노가바’의 역사는 한말 의병 활동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의병들은 마땅한 노래가 없어 찬송가의 가사를 바꿔 불렀던 것. 근래 들어 80년대 전두환 정권시절 ‘노가바’는 ‘비틀어 꼬기’ 해학의 마당으로 자리잡았다. 당시 대학가에서 유행한 ‘군림한자로의 고독’은 조용필의 ‘킬리만자로의 표범’의 ‘노가바’였다.
‘노가바’코너가 환영받는 이유는 청취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나 사회 비판을 노래를 통해 할 수 있기 때문. 조정선 PD는 “자신의 이야기를 재미와 해학을 곁들여 말할 수 있다는 점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이유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허 엽기자〉h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