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파업 철회배경]사측 강공-조합원 동요 「결정타」

  • 입력 1999년 7월 26일 19시 20분


전국방송노조연합(방노련)이 28일 오전6시부터 KBS와 MBC 노조의 연대 파업을 철회키로 한 것은 △KBS 이사회 및 경영진의 불법 파업 중단 촉구와 업무복귀지시에 따른 조합원의 동요 △‘방송의 독립’ 등 추상적 명분에 대한 안팎의 비판 △EBS SBS CBS 등 타방송사와의 연대 실패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파업 11일째인 23일 밤 KBS 사장의 업무복귀지시, 24일 KBS 이사회의 불법파업 중단 촉구, 간부들의 불법파업 중단촉구 등 사측의 강경 대응이 이어지면서 국면은 급변하기 시작했다.

KBS 노조는 25일 파업이 노사 갈등으로 번질 우려가 있다며 8월 임시 국회 때까지 파업을 잠정 중단하자는 안을 갖고 MBC 노조와 협의했으나 합의에 실패했다. 이런 상황에서 26일 오전6시 KBS1 ‘뉴스 광장’의 홍기섭 황유선 앵커가 노조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복귀한 데 이어 진양혜 이금희 아나운서의 복귀를 노조 규찰대가 물리력으로 막는 상황이 벌어졌다. 또 조합원들이 노조에 업무복귀 지침을 요구하면서 KBS 노조는 파업 철회를 대세로 받아들였다.

MBC 노조는 사측의 업무복귀 요구가 KBS보다 강경하지 않았으나 “연대 파업이므로 뜻을 함께 한다”며 파업 철회에 ‘동참’했다.

이번 파업은 13일 돌입할 때부터 실익없는 싸움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회사를 상대로 한 노사쟁점사안이 아닌 새방송법을 놓고 정치 투쟁을 벌인 불법파업인데다 정치권에 부담을 안겨 타협의 여지를 좁혔다는 것이다.

방노련은 25일 밤 여권과 접촉, 파업 철회의 명분으로 △방송위원과 공영방송사장 선임시 인사청문회 대신 제청사유서 제출 △노사동수의 편성위원회 대신 현업단체가 참가하는 편성 규약 제정 등으로 당초 요구에서 한발 물러나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파업은 명분에 집착해 성공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집행부의 책임론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공동여당과의 약속이 국회에서 어디까지 이행될지 여전히 미지수다.

〈허 엽기자〉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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