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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1월 8일 18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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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년말 개봉한 ‘킹덤1’은 5시간에 가까운 긴 상영시간에도 불구하고 전회매진, 국내 최장상영, 좌석점유율 1백%, 심야상영방식 정착 등 진기록을 낳았다.
원래 덴마크 TV의 인기 시리즈였던 이 영화가 흥행에 성공한 나라는 세계에서 한국이 유일하다. 배급사인 덴마크 젠트로파 관계자들조차 “킹덤은 한국영화”라며 놀라워했다는 후문.
지난해 비디오로 출시된 ‘킹덤1’은 13부작 TV시리즈의 1∼4편을 모아놓은 것. 그 5∼8편을 모은 ‘킹덤2’가 8일 비디오로 나왔다. 출시사 세음미디어.
‘킹덤’의 무대는 코펜하겐에 실재하는 같은 이름의 대형병원이다. ‘킹덤1’이 억울한 죽음을 당한 뒤 병원안을 떠도는 한 소녀의 영혼에 대한 진혼곡이라면 ‘킹덤2’는 병원의 음습한 곳에서 불길한 기운을 내뿜는 악마에 대한 이야기다.
‘킹덤2’는 ‘킹덤1’을 보지않은 관객이라면 줄거리를 따라잡기 힘들만큼 증식을 거듭한 수많은 에피소드로 가득 차 있다. ‘킹덤1’의 끝부분에서 충격적인 모습으로 태어났던 악마 아게의 자식 리틀 브라더는 ‘킹덤2’에서 놀라운 속도로 성장한다.
“킹덤은 왜 내 꼴같죠. 내면엔 온통 불평과 삐덕임, 고통뿐이예요.”
리틀 브라더의 한탄처럼 ‘킹덤’은 겉으로는 견고하지만 이성과 광기, 유령과 인간, 과학과 미신같은 대립항이 뒤죽박죽 섞여 있는 혼돈의 소우주다. 이 혼란스러움은 더 나아가서는 과학과 이성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세기말의 현대사회에 대한 음울한 기록으로 읽힌다.
‘킹덤’은 공포와 코미디, 멜로드라마가 뒤섞인 잡종 장르의 영화다. 할리우드 상업영화에 길들여진 눈으로 보자면 낯설고 뒤죽박죽이지만 바로 그 점이 열성 팬들을 불러모으는 매력 포인트이기도 하다.
전편처럼 ‘킹덤2’도 수습하기 어려운 질문을 잔뜩 던져놓은 채 끝이 난다. 모두 합하면 10시간짜리인 1, 2편을 다 보고도 지치기는 커녕 결말이 궁금한 관객이라면 올해 나올 예정인 마지막편 ‘킹덤3’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