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판 장수만세 SBS「서세원의…」,무대 인기폭발

  • 입력 1998년 12월 17일 19시 21분


방영 9개월만에 90년대판 ‘장수만세’로 자리매김한 SBS ‘서세원의 좋은 세상 만들기’(토 오후7시). 시골 노인들이 빚어내는 순도 100% 웃음과 ‘까발리기’로 10대가 주름잡던 주말 저녁을 파고들더니 지난달에는 일간지 방송담당기자단이 꼽은 올해의 최고 프로(비드라마부문) 자리에 올랐다.

물론 초반부터 ‘노풍(老風)’몰이에 성공했던 것은 아니다. 일명 ‘불경죄’. 만병통치약을 묻는 ‘장수퀴즈’에 변비약 구두약 등의 보기를 포함시켜 노인을 희화화한다는 비난이 만만치 않았다. 방송위원회로부터 “전통적 가치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경고를 받았을 정도.

그러나 그 후 ‘줄타기’에 성공했다는 이상훈PD. “일요일에는 PC통신에 들어가기가 무서울 때가 있었죠. 그 후 조심 또 조심입니다.”

26일에는 그동안 출연했던 어르신 50여명을 등장시켜 인기코너인 ‘우리고장 CF’와 ‘장수퀴즈’의 시상식을 갖는 연말특집이 마련된다. ‘우리고장…’ 출연자 중 “엿치기의 생명은 구녕!”을 연거푸 외치다 할머니한테 “구녕이 아니라 구멍이여”라고 구박받은 충북 진천의 할아버지, 고장 특산물인 장어를 자랑하려다 계속 손에서 미끄러지자 돌계단에 ‘패대기쳐’ 기절시킨 후 결국 장어를 움켜쥔 할아버지, 마을 특산물인 닭 한마리를 잡기 위해 온동네를 뛰어다녔던 경북 영천 노인들의 에피소드 등이 소개된다.

‘장수퀴즈’의 스타로는 70여년간 ‘물파스 만병통치약’론을 외치다 2주일전 별세한 충북 영동의 여영식할아버지, 틈만 나면 시조를 읊조려 ‘공포의 시조시인’으로 불리던 이종식할아버지 등이 꼽혔다.

시청자들은 이같은 노인들의 ‘허를 찌르는 코믹펀치’에 안방을 뒹굴며 웃어대지만 막상 제작진은 녹화때마다 진땀을 흘린다는 후문. 고령인 탓에 제작진의 주문을 돌아서면 잊어버려 1시간 넘게 리허설을 해도 ‘도로아미타불’인가 하면 느닷없는 돌출행동으로 제작진을 기절초풍시키기도 한다.

26일 방영분을 녹화한 16일도 예외는 아니어서 초청가수 설운도의 ‘다함께 차차차’에 맞춰 춤을 추던 노인 20여명 중 한 할머니가 갑자기 설운도에게 ‘똥침’을 날렸다. 녹화 후 그 할머니의 말이 걸작.

“우리가 얼마나 설운도를 좋아하는 줄 알어. 저기 앉아있는 할망구네는 강아지 이름이 설운도여!”

〈이승헌기자〉yengli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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