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영화 「다크 시티」, 5일 개봉

  • 입력 1998년 12월 3일 19시 11분


이야기가 엉성하든지 아니면 시각적 스타일이 허술하든지 둘중 하나의 위험에 빠지기 쉬운 SF물. 그러나 5일 개봉할 ‘다크 시티’는 두가지 함정을 용케 피해가는데 성공한 SF영화다.

‘다크 시티’는 어디서 본듯한 장면들을 짜집기해놓았으면서도 다른 SF영화들과 닮지 않았다. 고 브랜든 리 주연의 ‘크로우’를 만든 알렉스 프로야스 감독은 공상과학소설과 필름 느와르(어두운 암조로 조명이 설계된 심리물, 갱스터 영화들)를 결합한 구조위에 ‘나의 기억은 어디까지가 진실인가’를 묻는 다소 무거운 질문을 얹어놓았다.

한두장면을 제외하고 이 영화에는 낮이 없다. 영화속 도시는 ‘배트맨’의 고담시나 ‘블레이드 러너’의 우울한 미래도시처럼 어둡고 음산하다.

이곳에서는 자정만 되면 시간이 정지한채 사람들의 기억이 뒤바뀌고 도시의 모양이 변한다.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내기 위해 지하세계에서 도시를 ‘조정’하는 외계인들 때문.

그러나 모든 일에는 예외가 있는 법. 외계인의 실험이 실패한 단 한 사람인 머독(루퍼스 스웰 분)이 외계인과 형사의 추격을 받으며 현실과 기억이 뒤죽박죽 엉켜버린 수수께끼의 실마리를 풀어간다.

이야기 솜씨도 제법이지만 ‘다크 시티’는 아무래도 스타일이 승(勝)한 영화다. 땅에서 빌딩들이 솟아나고 가난뱅이 부부가 갑부로 변하는 장면의 특수효과는 압권.

그러나 기발한 상상력과 긴장을 더해가는 이야기가 느닷없는 ‘해피 엔딩’으로 끝나는 것은 당황스럽다. 외계인들이 찾아 헤매던 인간의 본질은 머리가 아니라 마음에 있다는 식의 결론도 좀 고리타분하다.

관객에게 친절한 영화라고 보긴 어렵지만 낯선 체험, 시각적 이미지에 대한 갈증을 충족시키기엔 무리가 없다.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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