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새만화영화「뮬란」, 동심 흔든다

  • 입력 1998년 6월 1일 07시 51분


‘디즈니 월드’가 자리한 월트 디즈니사의 아성, 미국 올랜도의 AMC24극장에서 29일 이 영화사의 새 만화영화 ‘뮬란’국제시사회가 열렸다. 둥근 얼굴, 검은 머리에 눈꼬리가 올라간 중국소녀가 이 영화의 주인공. 중국명은 화무란(花木蘭). 병든 아버지를 대신해서 남장(男裝)한 채 전장에 나간 중국 민담속의 소녀, 중국판 잔다르크다.

월트 디즈니사는 최근 세계 각국의 유명 이야기들을 만화영화의 소재로 삼아왔다. 덴마크(인어공주) 영국 일본(라이언 킹) 미국(포카 혼타스) 프랑스(노틀담의 꼽추) 그리스(헤라클레스)를 거쳐 36번째 장편만화에 이르러서야 중국까지 오게 된 셈.

영화는 훈족이 중국을 쳐들어오던 4세기 무렵을 배경으로 삼았다. 아슬아슬하게 신분을 속이며 병영생활을 하던 뮬란은 중대장 샹에게 연정을 느낀다. 파죽지세로 쳐들어오는 훈족에 맞서 샹은 눈덮인 산중에서 결전을 벌이지만 중과부적. 이때 뮬란은 포를 쏘아 어마어마한 눈사태를 일으켜 적들을 극적으로 물리치지만 이때 입은 부상을 치료하다가 여성임이 폭로된다.

월트디즈니사의 장기중의 하나는 무거운 서사에 익살꾼 조연을 등장시켜 강온조절을 잘 하는 것. ‘라이언 킹’의 맷돼지 품바, ‘헤라클레스’의 악마 부하들이 그런 역이었는데 이번에는 뮬란 가문의 수호 용(龍)인 무슈가 이 역을 맡았다.

용이라 하지만 무슈 본인 말로 “여행용 사이즈의 용”이어서 차라리 아기 뱀에 가깝다. 에디 머피를 닮은 얼굴로 엎치락 뒤치락 슬랩스틱 코미디에 총알 쏘는 듯한 무슈의 수다가 객석을 웃음으로 출렁이게 한다.

월트 디즈니측은 이 영화로 ‘라이언 킹’의 흥행기록을 깨겠다는 야심을 보인다. 작품에는 아시아 시장을 겨냥한 포석들이 가득하다.

중국어판 샹의 목소리는 재키 찬(成龍), 한국어판 뮬란 목소리는 재미 뮤지컬 배우 이소정이 맡는다.

뮬란의 주제가들은 뮤지컬 ‘미스 사이공’의 주연을 맡은 필리핀 스타 레아 살롱가가 불렀다. 뮬란의 목소리는 ‘조이럭 클럽’의 중국계 밍나 웬이, 뮬란 아버지의 목소리는 재미교포 배우 오순택의 것.

그림은 동양화의 절묘한 모방이다. 안개 낀 먼 산을 묘사할 때는 물감이 한지위에 퍼져나가는 수묵담채화의 분위기를 냈고 곧은 폭포, 줄지어 나는 학, 귀신과 용의 문양, 바람 지나는 대숲을 그리면서는 전통적인 디즈니 화풍을 완전히 벗어던졌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완전무결한가. 옥의 티가 있다. 뮬란의 무공은 포탄발사에서 나왔지만 실제 인류가 전쟁용 화약을 쏜 것은 11세기 송나라 이후라는 사실. 미국서는 19일, 우리나라에서는 7월17일 개봉된다.

〈올랜도〓권기태기자〉

kt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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