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래리 플린트」,진흙속서 꽃피운 「표현의 자유」

  • 입력 1997년 7월 25일 07시 39분


배우 우디 해럴슨이 성조기로 만든 팬티를 입고 여성의 하체위에 십자가 포즈로 걸려있는 포스터. 영화 「래리 플린트」의 내용을 잘 보여주는 사진이다. 그 십자가의 메시지가 심각한 것인지 조롱인지 궁금해진다. 술맛도 모르는 어린 시절에 술을 만들어팔면 돈이 된다는 사실을 알아챈 약삭빠른 장사꾼 래리 플린트. 미국의 실존인물이었다. 20년 뒤 자신이 운영하는 스트립바를 홍보하기 위해 포르노잡지 「허슬러」를 시작해 백만장자가 된다. 엄청나게 돈을 벌고 유명해진 플린트. 그럴수록 보수주의자들의 반대도 심해져 음란물 간행죄로 고소당하고 테러로 하반신 불구가 된다. 마침 애인이 에이즈로 죽었을 때 「에이즈는 신의 천형」이라는 목사 제리 폴웰의 연설을 듣자 복수를 결심한다. 폴웰목사를 근친상간자로 묘사해 명예훼손죄로 고소당했던 플린트는 이 사건을 대법원으로 끌고 간다. 미국의 헌법 수정조항 제1조가 명시하는 표현의 자유는 그를 승리로 이끈다. 플린트는 말한다. 『법이 나같은 쓰레기를 보호한다면 여러분 모두도 보호받을 수 있을 것이다』 지고한 자유의 이념이 저급한 장사꾼을 통해 실현된, 「진흙속에서 연꽃이 피는」 순간이다. 「뻐꾸기 둥지위로 날아간 새」 「아마데우스」 등을 연출한 밀로스 포먼 감독의 작품. 〈신연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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