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유리「슈거X」,상처없는 「우지끈 액션」연출

  • 입력 1997년 5월 10일 09시 49분


『설탕은 안 넣었나. 단맛이 없네…』 SBS 주말드라마 「아름다운 그녀」(밤9.50) 중 나이트 클럽에서의 싸움장면. 연기자와 스태프는 촬영이 끝나자마자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날카로운 유리와 병 조각의 「맛」을 보고 한마디씩 내뱉는다. 속칭 「설탕유리」로 불리는 「슈거글라스」를 사용한 드라마와 영화 촬영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다. 그러나 주인공 준호(이병헌)의 싸움장면에 사용된 특수유리는 설탕유리가 아니라 「슈거X」라는 신개발품이다. 「슈거X」는 SBS 소품개발실 김재성씨(35)가 1년여 연구끝에 개발한 슈거글라스의 대체품. 실리콘액 등 일곱가지 재료로 제작한 것으로 최종 성능테스트를 마친 뒤 이달 중 국내외에서 특허를 신청할 계획이다. 김씨는 『특허 문제로 주재료와 제조 과정을 밝힐 수는 없지만 미국에서 수입되는 슈거글라스보다 성능이 좋고 제작비도 10분의 1 수준』이라고 말했다. 「몸」으로 신제품의 성능테스트를 한 무술감독 박수일씨도 『액션장면에서는 안전도와 실제 유리에 가까운 효과를 낼 수 있느냐가 성패를 좌우한다』면서 『슈거X는 기존 제품에 손색이 없다』고 평했다. 유리나 술병 등을 깨뜨리는 액션 장면에서 빠지지 않는 슈거글라스는 가로 세로 각 1m 크기 한장에 25만원이나 하는 「귀하신 소품」. 지나치게 두껍고 깨지면서 덩어리가 생겨 스턴트맨이 부상하는 단점도 있다. 이때문에 일부에서는 자동차용 강화유리를 사용하지만 안전성이 뛰어난 반면 굵은 모래알처럼 부서져 효과가 떨어진다는 평을 들어왔다. 김씨는 『소품개발실 종사자로 유리조차 만들지 못해 비싼 달러를 낭비하고 있다는 부끄러움을 느꼈다』면서 『개발에 실패하면 사표를 낸다는 각오로 매달렸는데 성과가 있어 다행스럽다』고 말했다. 〈김갑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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