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재기자] 한석규(33)가 스크린의 스타로 우뚝 섰다.
95년 「닥터봉」(관객 42만명) 96년 「은행나무 침대」(68만명)를 성공시킨 그는 세번째 영화 「초록 물고기」의 연속히트로 국내에서 몇 안되는 「흥행 스타」의 자리를 굳히게 된 것.
「초록 물고기」는 상영 열이틀째인 18일 현재 서울 개봉관에서 9만여명의 관객을 끌어 모았다. 평소 극장을 자주 찾지 않는 20대 후반∼30대 중반의 청년층 관객이 객석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것도 이 영화의 특징.
『제 또래 관객들과 호흡을 함께 한 점이 무엇보다 기쁩니다. 사실 이 영화는 등장인물의 성격이나 소재면에서 30대가 공감할 만한 여지가 많거든요』
통상 한국영화 성공확률이 10∼20%대에 머무는 현실에 비춰볼 때 배우 한석규의 성적표는 최상이라는 것이 영화계의 분석. 그러나 한석규는 『유능한 감독과 스태프 출연진 모두의 땀과 노력이 어우러진 결과』라며 자신은 「좋은 작품」에 운좋게 편승했을 뿐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러면서도 흥행 비결의 한자락을 슬쩍 내보였다.
『영화 섭외를 받으면 우선 시나리오를 꼼꼼히 읽습니다. 보는 이의 입장에서 재미가 있을지, 대사가 감칠맛 나는지, 극적 구성은 탄탄한지 등을 따져본 뒤 「느낌」이 오면 출연결정을 내리지요』
그는 『때로는 「너무 냉정하다」 「야속하다」는 원망도 듣지만 시나리오를 중요시하는 원칙은 결코 저버리지 않을 것』이라며 『이는 관객에 대한 신의와도 직결되는 문제』라고 말했다.
「초록 물고기」에서 한석규가 맡은 역은 군에서 제대한 뒤 유흥가 주먹패로 활동하는 밑바닥 청년 막동. 폭력조직 행동대원인 막동의 배역 자체가 현실성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지만 한층 원숙해진 한석규의 연기력은 막동을 주변에서 쉽게 만나볼 수 있는 낯익은 인물로 바꾸어 냈다.
한석규가 가장 심혈을 기울여 연기한 장면은 막동이 술집 화장실에서 상대파 보스를 살해하는 대목. 영화의 성패를 가름하는 중요한 부분이지만 정작 시나리오에는 단 두 문장만 적혀 있었다. 「막동, 김양길을 죽인다. 황급히 빠져나간다」.
그는 『이 장면을 찍기 한달전부터 막동과 끊임없이 대화하면서 상황에 몰입하려 애썼다』며 『촬영 당일에는 완전히 막동과 한몸이 된 기분이었다』고 소개했다.
『당분간 TV에 출연치 않고 모든 에너지를 영화에 쏟을 계획』이라는 그는 『「한석규 영화를 보면 본전 생각이 나지 않는다」는 믿음을 널리 퍼뜨리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