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점 전광판에 원-달러 환율, 코스피, 국제유가 등이 표시돼 있다.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 타결 소식에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배럴당 80달러대로 하락한 가운데, 원-달러 환율은 장중 1504원까지 내려왔다가 1511.10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이한결 기자 always@donga.com
미국과 이란의 종전 합의 소식에 15일 원-달러 환율이 장중 1504원까지 하락하다가 전 거래일 대비 8.7원 내린 1511.1원에 마감했다. 주간 거래 종가 기준으로는 이달 1일 1504.3원 이후 9영업일 만에 최저치다.
종전 절차가 진행되면서 국제 유가가 하락하면 원-달러 환율이 더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날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5% 넘게 하락하며 배럴당 80달러 선에 거래됐다. 다만 종전이 되더라도 원-달러 환율이 당분간 1500원 선을 뚫고 내려가긴 힘들다는 관측도 많다. 국제 유가가 하락하고 외환 당국이 수차례 구두 개입에 나섰는데도 원-달러 환율이 한 달 가까이 1500원을 웃돌고 있기 때문이다.
● 장중 1503.9원까지 떨어졌지만 20거래일 연속 1500원대
한국 시간으로 15일 오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종전 협상이 타결됐다고 밝히면서 원-달러 환율이 하락했다. 이날 환율은 8.4원 내린 1511.4원으로 거래를 시작한 뒤 더 하락해 장중 1504원까지 밀렸다. 이후 8.7원 내린 1511.1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환율은 5일 1560원대까지 치솟은 후 지난주 1520∼1530원대에서 움직였던 만큼 이날 환율의 하락이 전환점이 될지 주목받았다.
종전 합의 소식에 투자 심리가 살아나 외국인들이 코스피에서 매수에 나서며 달러화를 풀자 환율이 내린 것으로 보인다. 긴장이 완화되며 안전 자산인 달러화 선호 현상이 약해진 영향도 있다. 국제 유가의 하락도 환율을 끌어내렸다. 국내 기업들이 국제 원유를 사들일 때 거의 달러로 결제하기 때문에 유가가 하락하면 달러 수요도 줄어 환율이 진정되는 편이다.
하지만 원-달러 환율 종가는 지난달 15일부터 20거래일 연속 1500원대를 유지 중이다. 미-이란 전쟁 리스크가 진정되고 있음에도 이날 시장에 달러가 많이 풀리지 않아 환율이 1500원대 밑으로 내려가진 못했다.
이는 미국과 이란의 MOU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아 이란이 다시 호르무즈 재봉쇄에 나설 가능성도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빈기범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이란 전쟁 종전 합의 소식에도 지금은 불확실성 요소가 많아 원-달러 환율은 당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 완전 종전 시 1400대로 내려올 것”이라며 “그때까지 원화 약세가 이어지면 높은 수입 물가가 소비자물가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중동 전쟁 리스크가 진정되더라도 원화 약세 흐름이 여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연내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에 따라 강달러 현상이 계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수출 기업들이 벌어들인 달러를 대미 투자를 위해 쥐고 있으려는 경향도 여전하다.
● 국제유가 떨어져도 “공급망 정상화, 수개월 걸려”
전쟁 이전 배럴당 60∼70달러 선에서 움직이던 국제 유가는 미국의 이란 공습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가 겹치면서 급등해 한때 110달러를 넘어섰지만 진정되는 분위기다. 15일 영국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8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전장 대비 3% 이상 하락한 배럴당 83달러(약 12만5600원)대에서 거래됐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국제 유가가 많이 떨어지기 힘들다는 분석이 많다. 전쟁으로 파손된 중동 산유국의 생산 시설을 다시 가동하고, 원유 수송로를 정상화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전쟁 기간 통항이 지연됐던 선박들이 차례대로 운항하는 속도를 고려하면 물류 흐름이 전쟁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기까지 수개월이 걸릴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게다가 종전 합의에 따른 국제 유가 하락이 곧바로 국내 주유소 가격 인하로 이어지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외항선이 실어 온 원유를 국내 정유사가 정제해 유통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데다 비싸게 사둔 기존 재고가 소진되기까지도 시간이 걸린다. 이런 과정을 거치다 보니 국제 유가가 하락해도 국내 소매 가격이 내려가려면 통상 2∼3주를 더 기다려야 한다.
상병인 한양대 화학공학과 교수는 “가동이 중단된 항만의 경우 시험 운행 절차를 거쳐야 하므로 원유를 선적하는 데 한 달 정도 걸릴 것”이라며 “파괴된 항만 시설 등 설비를 다시 구축하는 데 적어도 6개월은 걸릴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정부는 18일 국내 기름값 상승을 억제하는 석유 최고가격의 7차 고시를 앞두고 제도 운용을 지속할지 고민하고 있다. 제도 종료의 핵심 조건으로 제시한 전쟁 종료, 호르무즈 해협 정상화, 국제 유가 안정 등의 요건이 상당 부분 충족됐기 때문이다. 다만 국제유가가 안정되더라도 실제 국내 유가에 반영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한 만큼 최고가격제를 일정 기간 추가 연장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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