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당 135달러 고정 공모가 일방적 제시
발표 시점도 장중…물량 30% 개인 몫으로
로켓·위성·AI 아우르는 비전에 시장 호응
메타·테슬라 제치고 美증시 시총 7위로
미국 플로리다주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스페이스X의 로켓이 발사되고 있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는 공모가 135달러로 750억 달러(약 114조 원)를 조달하며 세계 기업공개(IPO) 사상 최대 기록을 새로 썼다. AP 뉴시스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를 제치고 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IPO) 기록을 새로 썼다.
12일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스페이스X는 11일(현지 시간) IPO 공모가를 주당 135달러(약 21만 원)로 확정하고, 총 약 5억 5556만 주를 매각해 750억 달러(114조 원)를 조달했다. 2019년 아람코가 세운 종전 세계 최대 조달액(256억 달러)의 약 3배다. 기업가치는 1조 7700억 달러(약 2694조 원)로 평가됐다. 스페이스X 주식은 12일 ‘SPCX’라는 종목 코드로 미 나스닥에 상장돼 첫 거래를 시작하며, 상장이 마무리되면 메타, 테슬라를 제치고 미 증시 시가총액 7위에 단숨에 올라선다.
공모가가 지나치게 높다는 일각의 우려에도 투자 열기는 뜨거웠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최소 50억 달러(8조 원)어치를 청약했고, 개인투자자 주문도 700억 달러(107조 원)를 넘어섰다. 지난해 적자를 낸 기업임에도 우주 수송과 위성 인터넷 시장을 사실상 독점해 온 실적, 그리고 ‘우주 인공지능(AI)’이라는 비전에 시장이 베팅한 결과로 풀이된다.
● 공식 깬 머스크式 IPO… 다음은 ‘우주 AI’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가 사업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AP 뉴시스 스페이스X의 750억 달러(약 114조 원) 기업공개(IPO)는 규모뿐 아니라 과정과 내용에서도 기존 공식을 모두 비켜 갔다.
스페이스X는 기관 주문을 받아 공모가 범위를 정하는 통상의 수요예측(북빌딩) 절차 없이 주당 135달러라는 고정 가격을 일방적으로 제시했다. 공모 주식 수를 숫자 ‘5’가 아홉 번 이어지는 5억 5555만 5555주로 정한 것도 눈길을 끈다. 여기에 공모가 135달러를 곱하면 목표 조달액 750억 달러에 정확히 맞아떨어지도록 설계된 것으로,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 특유의 기행과 계산된 쇼맨십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공모가 발표 시점도 ‘정규장 마감 후’라는 관례를 깨고 장중으로 앞당겼고, 기관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공모 물량의 30%는 개인투자자 몫으로 돌렸다. 머스크 CEO는 상장 뒤에도 의결권 82%를 쥐며, 이르면 상장 5거래일 만에 주가지수에 편입되는 ‘패스트 엔트리’도 적용돼 추가 매수세 유입이 예상된다.
● 스타링크 업고…다음 승부처는 ‘우주 AI’
과거 세 차례의 로켓 발사 실패로 파산 위기까지 몰리며 ‘돈 많은 괴짜의 몽상’이라는 냉대를 받았던 스페이스X가 시장의 분위기를 완전히 뒤집은 비결은 실적과 비전이다. 현재 주 수입원은 위성으로 전 세계에 인터넷을 공급하는 ‘스타링크’다. 최근 1년 매출 190억 달러(29조 원)의 대부분이 여기서 나오며, 164개 국가·지역에서 수백만 고객을 확보했다. 본업인 로켓 발사 사업도 최근 3년간 전 세계 궤도 수송 질량의 80% 이상을 도맡아 정부 계약을 휩쓸었고, 최근에는 구글과 다년간의 클라우드 서비스 계약을 맺으며 거래처를 넓혔다.
여기에 머스크 CEO가 점찍은 차세대 성장 동력이 AI다. 스페이스X는 올해 3월 머스크의 AI 기업 ‘xAI’와 소셜미디어 ‘X’를 흡수합병해 로켓-위성-AI를 아우르는 기업으로 변모했고, 잠재 시장 규모를 ‘인류 역사상 최대’인 28조 5000억 달러(4경 3370조 원)로 제시했다. 이 시장을 선점할 승부수가 막대한 전력을 쓰는 AI 인프라를 우주 궤도에 올려 지구의 물리적·에너지 한계를 넘어서겠다는 ‘우주 AI 데이터센터’ 구상이다. 이번에 조달한 자금도 AI 인프라와 차세대 위성군에 투입되며, 200억 달러(30조 원)는 합병 때 빌린 단기 차입금을 갚는 데 쓰인다.
● 골드만 “AI 매출 100배”…몸값 경계론도
시장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팽팽히 교차한다. 주간사인 골드만삭스는 스페이스X의 AI 매출이 2030년 3220억 달러(489조 원)로 100배 이상 불어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놨다. 반면 지난해 적자를 낸 기업의 몸값이 1조7700억 달러(2694조 원)에 이르는 것은 지나치다는 경계론도 만만치 않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주요 수익원인 정부 계약 의존도와 제프 베이조스의 ‘블루오리진’ 등 경쟁사들의 추격을 불안 요소로 꼽았다. 킴 포레스트 보케캐피털파트너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이번 상장 열기를 두고 “지금 스페이스X 주식을 사는 사람들은 단순히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인류가 지구를 벗어나는 미래 그 자체에 베팅하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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