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오늘 추가 협상]
1000여개 공정 24시간 돌아가
모든 조건 맞춰야 재가동 가능
정부가 노동계에서 반발하는 ‘긴급조정권’ 검토를 공식화하며 삼성전자 노사 중재에 나선 것은 반도체 파업이 일반 제조업과 비교할 수 없이 피해 규모가 크기 때문이다. 반도체는 웨이퍼를 투입해 칩 하나를 만들기까지 4∼7개월이 걸리는 데다 24시간 돌아가는 1000여 개 공정에서 시간 지연이나 미세 손상이라도 발생하면 투입된 모든 웨이퍼를 전량 폐기해야 한다. 18일간 파업에 100조 원 손실 추산액이 나오는 이유다.
반도체 공정은 크게 8가지로 나뉜다. 실리콘으로 주재료인 웨이퍼 기판을 만드는 것부터 그 위에 반도체 회로를 그려 넣는 ‘포토’, 반도체 구조를 만드는 ‘식각’, 이후 반도체가 전기적인 특성을 갖도록 하는 ‘증착’과 ‘이온’ 등으로 이어진다.
핵심 공정 사이 세부 공정도 수백 개 있을 뿐 아니라 고도화된 메모리 칩일수록 8대 공정을 수없이 반복해야 한다. 고객 요구에 따른 ‘맞춤 제작’(커스텀) 반도체일수록 공정 횟수가 더 늘어난다. 통상 업계에선 D램 제작에 4개월, 고대역폭메모리(HBM) 제작에 7개월가량 소요되는 것으로 본다.
게다가 공정과 공정 사이에는 ‘Q타임’이라는 정해진 대기 시간이 있다. 예를 들어 A 공정에서 B 공정으로 넘어가는 시간이 기준보다 조금만 넘어가도 공기 중 산소나 미세먼지와 반응해 불량품이 속출하게 된다. 파업으로 일부 공정에 병목현상이 생겨 Q타임이 늘어나면 수개월 전부터 만들어 온 웨이퍼까지 전량 폐기해야 하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파업에 대비해 14일부터 신규 웨이퍼 투입을 줄이고 공정 간 속도를 조절하는 ‘웜다운(Warm-down)’을 시작한 것도 이 때문이다.
반도체는 자동차나 조선처럼 파업 종료 후 즉각 생산을 재개하기도 어렵다. 공장의 모든 조건을 다시 맞춰야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18일간 파업해도 회복에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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