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운맛 못 먹었는데 통해’… 농심 ‘신라면 40주년’ 日 공략 가속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4월 19일 14시 31분


하라주쿠 줄 서고 놀이공원서 팔려
“2030년 500억 엔 달성 목표”

도쿄=남혜정 기자
도쿄=남혜정 기자
“맵지만 맛있어요. 자꾸 먹을 수록 중독되는 맛이에요.”

일본 후쿠오카에서 도쿄로 놀러 온 단노 유미 씨(25)는 15일 하라주쿠 다케시타 거리 한가운데 위치한 ‘신라면 분식’ 매장에서 신라면 툼바 라면을 한 젓가락 들어올리면서 말했다.

그는 “트와이스 팬이라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다”면서 “일본 라면보다 훨씬 매운데, 먹다 보면 계속 생각나는 맛”이라고 웃으며 덧붙였다.

오후 2시가 훌쩍 지난 시간에도 불구하고 빨간색 간판의 2층 ‘신라면 분식’에는 일본 현지 MZ세대부터 관광객까지 다양한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농심은 지난해 6월부터 이곳에 신라면 분식을 열었다. 패션과 대중문화의 중심지로 꼽히는 이 지역은 현지 젊은 층뿐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도 몰리는 핵심 상권이다.

신라면분식은 K푸드를 상징하는 문화로 자리잡은 ‘한강라면’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이곳을 찾은 고객들은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봉지라면을 하나 골라서 한국에서 공수해온 ‘한강 라면’ 자동 조리기에서 직접 라면을 끓여 먹기 위해서 줄을 섰다. 도쿄 신라면분식은 올해 8월까지 운영 예정었지만 인기에 힘입어 운영기간을 연장했다.

인근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히토시 군(18)은 “틱톡을 통해 신라면 분식을 알게 돼 방문했다”면서 “직접 끓여 먹는 방식이 신기해서 와봤다”고 말했다. 히토시군은 같이 방문한 카나카 양(18)과 완성된 라면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하며 즐거워 했다.

김대하 농심재팬 법인장.(농심 제공)
김대하 농심재팬 법인장.(농심 제공)
운영을 맡은 김상국 신라면 분식 점장은 “월 방문객은 약 1만 명으로 라면 판매량은 월 평균 4000~4500개 수준”이라며 “주말에는 건물 전체 50석이 하루 종일 만석이고, 한강라면 기기를 이용하려는 방문객들로 내부가 꽉 찬다”고 말했다.

이 매장에서는 지난해 4월 출시한 신라면 툼바가 가장 인기가 많다. 농심에 따르면 신라면 툼바는 신라면 봉지에 이어 올해 일본 3대 편의점(세븐일레븐·패밀리마트·로손) 5만3000개 매장에서 정식판매를 시작한다. 출시 1년 만에 메이저 편의점에 입점하는 것은 일본 내에서 이례적인 일이라는 것이 농심의 설명이다. 신라면 툼바는 선출시 당시 초도 물량 100만 개가 2주 만에 완판되는 등 일본 현지 내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다. 현재 누적 판매량은 1000만 개를 넘어섰다.

●“2030년 500억엔”…일본 시장 공략 가속

도쿄=남혜정 기자
도쿄=남혜정 기자
신라면 40주년을 맞은 농심이 라면 종주국인 일본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특히 신라면은 일본 매운맛 시장을 새로 개척하면서 이 분야의 새로운 강자로 자리잡았다. 농심은 신라면에 이어 너구리 등으로 시장 확장에 드라이브를 건다는 계획이다.

이날 신라면 분식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농심재팬 법인장 김대하 부사장은 “일본에 처음 진출했을 당시 매운 라면 시장은 사실상 ‘0’에 가까웠다”며 “20년 넘게 사업을 이어오면서 매운맛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어냈다”고 했다.

농심이 후지큐 하이랜드와 협업해 선보인 메뉴 3종. (우측 상단부터 시계 방향으로) 신라면과 신라면 툼바, 너구리.(농심 제공)
농심이 후지큐 하이랜드와 협업해 선보인 메뉴 3종. (우측 상단부터 시계 방향으로) 신라면과 신라면 툼바, 너구리.(농심 제공)
실제 농심 일본 매출은 2019년 71억 엔에서 2021년 111억 엔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100억 엔을 돌파했다. 이후 2022년 125억 엔, 2024년 173억 엔, 2025년 209억 엔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김 부사장은 “일본 식품업계에서 연 5% 성장만 해도 높은 평가를 받는데, 농심은 연평균 18~20% 성장하고 있다”며 “현지에서도 이례적인 성장 사례로 평가받는다”고 강조했다. 농심은 일본 매출을 2030년까지 500억 엔까지 키운다는 목표를 밝혔다.

이 같은 성과의 배경으로는 ‘맛을 바꾸지 않은 전략’을 꼽힌다. 김 부사장은 “초기에는 ‘맵기를 낮춰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본사 방침은 맛을 유지하는 것이었다”며 “처음에는 낯설어하던 소비자들도 반복 경험을 통해 점차 익숙해졌고, 지금은 별다른 설명 없이도 구매로 이어진다”고 했다. 현재 농심 일본 매출의 약 75~80%는 신라면에서 발생하고 있다.

일본 라면 시장 규모는 약 7조 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매운맛 라면 비중은 시장에서 아직 6% 정도지만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농심은 보고 있다. 미소·쇼유 중심의 전통 시장은 정체 상태지만 매운맛 카테고리만 성장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신라면 다음은 너구리”…팝업으로 접점 확대

일본 도쿄 하라주쿠 다케시타 거리에 위치한 신라면 분식 매장. 도쿄=남혜정 기자
일본 도쿄 하라주쿠 다케시타 거리에 위치한 신라면 분식 매장. 도쿄=남혜정 기자
농심은 신라면이라는 브랜드를 일본에 각인시킨 만큼 너구리를 ‘제 2의 신라면’으로 키워 포트폴리오를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농심은 이달 16~18일 일본 도쿄 이케부쿠로 선샤인 시티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코리아 엑스포 도쿄 2026’에서 ‘너구리의 라면가게’라는 이름의 팝업 부스를 운영하며 소비자 접점을 넓혔다.

16일 방문한 코리아엑스포 도쿄 현장에도 너구리를 시식하기 위한 긴 줄이 이어졌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약 7시간 동안 운영된 이 팝업에서는 시식 인원만 880명에 달했다. 사전 신청을 통해 입장하는 방식이었지만, 현장에는 방문객들이 시식을 위해 긴 줄을 섰다. 50대 마요 쿠미 씨는 “10년 전 한국 드라마를 보고 신라면을 처음 접했다”며 “이제는 매운맛에도 익숙해졌고, 너구리 팝업 소식을 듣고 친구와 함께 방문했다”고 말했다. 대학생 시마무라 아야카 씨(21)는 “인스타그램을 보고 행사 정보를 알게 됐다”며 “한국 라면은 일본과 달리 자극적인 맛이 특징인데, 처음에는 맵다고 느꼈지만 계속 먹다 보니 익숙해졌고 자꾸 생각난다”고 했다.
16일 일본 도쿄 이케부쿠로 선샤인 시티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코리아 엑스포 도쿄 2026’에 위치한 농심 너구리 팝업에서 방문객들이 시식을 위해 너구리를 받고 있다. 도쿄=남혜정 기자
16일 일본 도쿄 이케부쿠로 선샤인 시티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코리아 엑스포 도쿄 2026’에 위치한 농심 너구리 팝업에서 방문객들이 시식을 위해 너구리를 받고 있다. 도쿄=남혜정 기자

농심은 일본 도쿄 뿐만 아니라 전역에서 홍보활동을 펼치고 있다. 농심은 3~5월 후지산이 보이는 일본 야마나시현 후지요시다시에 위치한 테마파크 후지큐 하이랜드와 협업해 신라면과 너구리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16일 방문한 후지큐 하이랜드의 ‘푸드스타디움’에서 열린 팝업에도 다양한 사람들이 신라면과 너구리를 활용한 다양한 메뉴를 즐겼다.

농심재팬 정영일 성장전략본부장은 “매운맛 라면이 하나의 시장으로 자리 잡은 만큼 제품과 브랜드를 다각화해 일본 시장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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