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표시된 블루아울캐피털(Blue Owl Capital) 전광판. 최근 사모대출 시장에서 대규모 환매 요청이 발생하며 자금 이탈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모대출(프라이빗 크레딧) 시장에서 올해 1분기 약 140억 달러(약 20조원) 규모의 환매 요청이 발생하며 자금 이탈이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시장 성장을 이끌었던 부유층 개인 투자자들이 먼저 자금을 회수하는 흐름이 나타나면서, 그동안 가려져 있던 구조적 리스크가 드러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일(현지시간)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직전 분기 환매 요청 규모는 57억 달러였으며, 지난해 연간 환매 요청액은 37억 달러 수준에 그쳤다. 불과 한 분기 만에 자금 이탈 규모가 두 배 이상 늘어나며 시장 분위기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
특히 미국 자산운용사 블루아울캐피털(Blue Owl Capital)은 두 개 펀드에서만 54억 달러의 환매 요청을 받았다. 전체 자산의 22%에 해당하며, 기술 투자 중심 펀드에서는 환매 요청 비중이 41%에 달했다. 이는 특정 자산군에 대한 투자 심리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이 같은 자금 이탈은 일부 운용사에 국한되지 않는다.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Apollo Global Management), 블랙스톤(Blackstone), 블랙록(BlackRock) 등 주요 운용사들도 발행 지분의 5%를 넘는 환매 요청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부분 펀드는 환매 한도를 설정해 실제 인출 규모를 제한하고 있다.
● 왜 지금 자금이 빠지나…“먼저 나가야 한다”는 인식 확산
사모대출은 은행 대신 기업에 직접 자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구조로, 고금리 환경 속에서 빠르게 성장해 왔다. 특히 개인 투자자 자금이 대거 유입되며 시장 확대를 견인해 왔다는 점에서 최근 흐름은 구조적 변화로 해석된다.
문제는 환매 구조다. 사모대출 펀드는 통상 환매를 일정 비율로 제한하기 때문에, 투자자 입장에서는 자금을 제때 회수하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이 커질수록 ‘먼저 자금을 빼야 한다’는 판단이 확산된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남들보다 먼저 자금을 회수해야 한다”는 인식이 퍼지며, 환매 요청 자체가 추가 이탈을 부르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 대출 부실 신호도 확대…이자 유예 두 배 증가
대출 건전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일부 펀드에서는 기업들이 이자 지급을 미루는 사례가 늘고 있으며, 관련 비중은 2019년 4%에서 최근 8% 수준으로 상승했다. 이는 대출 기업들의 상환 능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자동차 부품업체 퍼스트브랜즈(First Brands), 서브프라임 자동차 대출업체 트리컬러홀딩스(Tricolor Holdings) 등의 파산 사례도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인공지능(AI) 확산으로 소프트웨어 기업의 사업 환경이 변화할 수 있다는 점 역시 리스크 요인으로 지목된다.
업계에서는 사모대출 펀드를 “계속 움직여야 살아남는 상어와 같다”는 표현도 나온다. 자금 유입이 둔화되는 상황에서 환매 요청이 이어질 경우, 운용사들은 자산 매각이나 차입 확대에 나설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의미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자금 유입 둔화와 환매 요청 증가가 동시에 진행될 경우, 운용사들의 유동성 부담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사모대출 시장은 은행 규제 강화 이후 대체 투자 수단으로 부상하며 빠르게 성장해 왔다. 그러나 시장을 키운 개인 투자자 자금이 동시에 가장 빠른 이탈 주체로 바뀌면서, 해당 시장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재평가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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