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확전 공포, 석유화학업계 강타… “구조조정 가속화 압박”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3월 5일 00시 30분


“유가 상승에 생산할수록 손해 봐
전쟁 장기화 땐 가동률 축소 검토”
울산-여수산단 등 감산 협상 촉각
이란 원유 의존 中, 생산 차질 전망
“가격 경쟁력 되찾을 기회 될 수도”

정부의 중재 아래 자발적 구조조정에 나선 석유화학 업계가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이란 대형 변수를 만났다. 중동발 위기에 따른 국제 유가 상승이 국내 석유화학 사업 재편 압박을 가중시킬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4일 산업통상부 원자재가격정보 통계에 따르면 올 2월 ‘에틸렌 스프레드’는 t당 50달러 선까지 하락했다. 석유화학 산업의 핵심 수익성 지표인 에틸렌 스프레드는 ‘석유화학의 쌀’로 불리는 에틸렌 가격에서 원재료인 나프타 가격을 빼서 계산한다. 이 지표가 클수록 수익성이 좋다는 뜻으로, 석유화학 업계는 통상 t당 250달러 안팎을 손익분기점으로 본다. 지난해 말 이미 120∼150달러 수준까지 떨어졌던 에틸렌 스프레드는 올해 줄곧 100달러 이하로 형성되고 있다. 이미 제품을 만들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인 셈이다.

여기에 최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공식화하면서 나프타 가격 상승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나프타 가격 상승이 가파르면 에틸렌 스프레드 수치는 지금보다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국내 석유화학 업계는 비축해둔 나프타 재고가 있어 단기적으로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를 대비해 공급망을 재검토하는 동시에 가동률 축소 시나리오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전쟁이 2개월 이상 계속되면 실질적인 영향을 받기 시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동 분쟁을 계기로 석유화학 업계가 나프타분해시설(NCC) 축소 등 구조조정 협상을 서두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는 지난달 업계의 첫 사업 재편안인 ‘대산 1호 프로젝트’를 승인했다. HD현대와 롯데케미칼이 충남 서산시 대산 사업장을 하나로 통합하고, 각각 6000억 원씩 총 1조2000억 원을 출자해 재무구조 개선에 나선다는 내용이다. 울산과 전남 여수 등 다른 주요 석유화학 산단의 구조조정안은 아직 제출되지 않았다.

울산 산단의 경우 호르무즈 해협 봉쇄의 여파가 언제까지 이어질지가 변수다. 울산 산단은 6월 완공, 올 하반기(7∼12월) 가동을 앞둔 ‘샤힌 프로젝트’가 감축 대상에서 제외되어야 한다는 에쓰오일과 추가 감산에 부정적인 SK지오센트릭 및 대한유화 사이의 이견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에쓰오일은 원유 대부분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들여오고 있어 중동 정세의 변화가 구조조정 상황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한편 이번 사태를 한국 석유화학 산업의 경쟁력 회복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석유화학 최대 경쟁국인 중국은 그동안 주로 가격이 싼 이란산 원유를 수입해 ‘저가 공세’를 펴 왔는데, 이번 공습 이후 이란산 원유 수급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명예교수는 “현재 중동 상황으로 인해 글로벌 공급 과잉의 원인을 제공한 중국 석유화학 산업의 이란산 원유를 통한 원가 경쟁력이 일시적으로 약화될 수 있다”며 “이를 기회로 한국 석유화학 업계가 빠른 구조조정으로 경쟁력을 되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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