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검색 서비스와 소프트웨어(SW), 소셜미디어(SNS), 전자상거래 등 가지각색이던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사업 정체성이 인공지능(AI) 개발 경쟁과 수익성 압박으로 인해 점점 흐려지고 있다. AI 경쟁에서 밀려나면 뒤쳐지는 것은 물론 생존도 장담할수 없다는 판단 속에, AI 기반 하드웨어와 인프라까지 직접 개발하며 제조업의 경계까지 넘나드는 모습이다.
구글의 텐서처리장치(TPU) ‘아이언우드’. 구글클라우드 제공
마이크로소프트(MS)가 개발한 마이아 200. MS제공 구글은 AI 개발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자체 반도체를 개발했다. 구글이 개발한 텐서처리장치(TPU)는 AI 학습에 가장 많이 쓰이는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와 유사하게 수많은 연산을 처리하는데 능한 반면, 비교적 적은 전력 소모량을 가진 것이 강점이다. 구글은 이 TPU로 자사 AI ‘제미나이3’를 학습시켜 기존 시장 패권을 쥐고 있던 경쟁사 오픈AI의 챗GPT를 앞섰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도 자체 AI칩인 ‘마이아200’을 출시했다. 마이아200은 AI 추론의 단위가 되는 ‘토큰’ 생성의 경제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MS는 AI가 하나의 질문에 답변하기 위해 진행하는 연산의 성능이 구글의 TPU보다 뛰어나다고 밝힌 바 있다.
두 기업이 자체 AI 칩 개발에 나선 이유는 GPU 부족 현상과 연산 비용 문제가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AI 모델이 고도화될수록 학습에 필요한 GPU 수가 수만 개 단위로 증가하고, 운영 단계에서도 막대한 연산에 더 많은 전력이 쓰인다. 이 때문에 빅테크 기업들은 외부 반도체에 의존하는 구조로는 장기적인 수익성 확보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자체 AI 칩을 설계해 자사 AI에 맞춤형 성능을 구현하고, 전력 효율을 높이면 AI 개발과 운영의 단가를 크게 낮출 수 있다는 게 이들 기업의 판단이다.
메타의 스마트 글라스 ‘메타 레이밴’과 원격 조작에 사용하는 ‘메타 뉴럴 밴드’. 메타 제공메타가 레이벤의 모회사 에실로룩소티카와 손을 잡고 개발한 스마트 글라스 ‘메타 레이벤’은 현재 ‘없어서 못 파는’ 상황이다. 메타는 메타 레이벤의 미국 내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글로벌 출시 계획을 미루기까지 했다. 에실로룩소티카는 메타 레이벤의 판매 실적에 힘입어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발표하기도 했다. 메타는 스마트 글라스를 스마트폰 이후의 차세대 개인 기기로 낙점하고 시장을 선점에 나서고 있다. AI 개발 경쟁에 직접 뛰어들기보다 AI와 사용자를 이어주는 기기를 개발해 수익성을 창출하겠다는 구상이다.
전자상거래 기업인 아마존의 현재 성장 동력은 클라우드 컴퓨팅과 AI 데이터센터에 있다. 아마존은 기업들이 AI 모델을 개발하고 운영하는 데 필요한 연산 자원과 데이터 처리 환경을 제공하며 AI 생태계의 필수 동업자로 자리매김했다. 아마존이 올히 데이터센터 등 AI 인프라에 투자하겠다고 밝힌 자금은 최대 2000억 달러(약 289조 원)으로 현재 투자 계획을 밝힌 빅테크 가운데 가장 많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일시적인 현상을 넘어 장기적인 산업 구조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AI 개발 경쟁을 위해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기만 하던 지금까지와 달리 이제 빅테크들은 투자를 정당화할 수 있는 수익을 내야 하는 상황이 됐다”며 “이같은 압박이 자체 AI칩을 개발하고, 제조업에 뛰어드는 등 기존 정보기술(IT) 기업들의 정체성을 더욱 흐리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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