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대상 91%서 법 위반…포렌식 분석으로 ‘공짜노동’ 끝까지 추적
체불임금 63억 확인·48억 즉시 청산…익명제보센터 상시 운영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전경. News1
#A 병원에서는 내부 비리와 자금난으로 직원 92명의 임금과 법정수당, 연말정산 환급금 등 총 6억 6000만원이 체불됐다. 병원 직원들은 “평균 5개월째 임금을 체불하면서 기다리라는 말만 하는 경영진의 태도에 임금 받기를 포기했다”고 토로했다. 해당 사업장은 근로감독 이후 법인 보유 자금을 전용해 체불액 전액을 청산했다.
#B 제조업체에서는 주 52시간을 초과해 일한 기록이 남지 않도록 퇴근 카드를 찍고 나간 뒤 다시 출입 기록 없이 근무하도록 지시한 사실이 적발됐다. 노동부는 카드태깅 기록과 임금 산정 자료를 포렌식 방식으로 비교·분석해 장시간 노동을 한 50명을 적발했다. 고용노동부가 재직자의 익명 제보를 토대로 상습 임금체불이 의심되는 사업장에 대한 집중 기획감독을 실시한 결과, 감독 대상의 90% 이상에서 법 위반 사항이 적발됐다. 노동부는 체불임금 청산과 함께 시정지시·과태료 부과·형사 조치 등을 병행하며 상습 체불 사업장에 대한 대응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노동부는 지난해 9월 말부터 약 두 달간 재직자 익명 제보를 바탕으로 상습 체불이 의심되는 사업장 166곳을 대상으로 집중 기획감독을 실시하고, 2일 그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감독은 지난해 세 차례에 걸쳐 운영된 재직자 익명제보 접수를 토대로 진행됐다.
감독 결과 전체 166개소 가운데 152개소(91.6%)에서 총 551건의 노동관계법 위반 사항이 적발됐다. 노동부는 이 가운데 150개소(533건)에 대해 시정지시를 내렸고, 6개소(6건)에 대해서는 과태료를 부과했다. 청산 의지가 없다고 판단된 8개소(12건)에 대해서는 즉시 범죄인지 조치했다.
위반 유형별로 보면, 임금체불이 가장 많았다. 노동부는 118개 사업장에서 총 4775명에 대한 체불임금 63억 6000만원을 적발했다. 이 중에는 포괄임금 계약을 이유로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등을 지급하지 않은 이른바 ‘공짜노동’ 사례(12개소)와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임금을 지급한 사례(2개소)도 포함됐다.
근로감독관의 시정 지도에 따라 118개소 가운데 105개소에서는 피해 노동자 4538명에 대한 체불임금 48억 7000만원이 즉시 청산됐다. 나머지 6개소는 현재 청산 절차가 진행 중이다.
반면, 시정지시에도 불구하고 임금 청산 의지가 없다고 판단된 사업장 7곳에 대해서는 형사 조치가 이뤄졌다. 이들 사업장에서는 수개월간 임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퇴직금까지 체불하는 등 반복적인 위반 행태가 확인됐다.
임금체불 외에도 장시간 노동과 기초노동질서 위반 사례도 다수 적발됐다. 주 52시간을 초과한 연장근로 위반은 31개소에서 확인됐으며, 근로조건 서면 미명시·미교부(68개소), 취업규칙 미신고(32개소) 등 기본적인 노동관계법 위반도 적지 않았다. 일부 사업장에서는 출퇴근 기록 조작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카드태깅 기록과 임금 산정 자료에 대한 포렌식 분석까지 진행됐다.
노동부는 이번 감독 대상 가운데 법 위반 사항이 다수 적발된 사업장에 대해 향후 1년 이내 신고 사건이 다시 접수될 경우 재감독을 실시할 방침이다.
한편 노동부는 2일부터 ‘재직자 익명제보센터’를 상시 운영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기획감독을 올해 두 배 이상 확대할 계획이다. 재직 중에는 신고가 쉽지 않은 현실을 고려해 익명 제보를 통한 예방·조기 적발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일을 하고도 제대로 된 대가를 못 받는 억울한 상황에서도, 회사에 다니려면 어쩔 수 없이 참고 견뎌야 하는 일이 많다”면서 “숨어있는 체불을 찾는 재직자 익명제보, 가짜 3.3 위장고용, 공짜노동을 조장하는 포괄임금 오·남용 등 국민들이 실제로 체감할 수 있는 분야에 대해 지속적으로 감독을 추진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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