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증시 폐장일인 30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4,220.56) 보다 6.39포인트(0.15%) 내린 4,214.17에 거래를 마친 가운데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종가가 나타나 있다. 이한결 기자 always@donga.com
올해 ‘사천피(지수 4000)’에 안착한 코스피가 내년에는 ‘오천피’에 도달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이 금융투자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정부와 여당이 이재명 대통령 대선 공약인 코스피 5000 달성을 위한 정책을 추가로 추진할 예정이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로 증시에 자금이 더 몰릴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자기자본 기준 상위 10대 국내 증권사 중 5곳이 내년 코스피 목표 상단을 5000 이상으로 제시했다.
주요 증권사 중에선 내년 코스피가 5500을 달성할 것이라는 전망치가 가장 높았다. NH투자증권의 예측이다. NH투자증권은 내년 2분기(4∼6월)부터 상승세가 이어지며 3분기(7∼9월)에는 코스피가 5500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대신증권(5300)과 메리츠증권(5090), KB증권·신한투자증권(5000)도 오천피 달성을 전망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2차전지 등 주요 기업 실적이 2027년까지 개선될 여지가 큰 만큼 코스피도 내년까지는 더 오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주요 증권사들이 코스피 5000 달성이 가능하다고 전망한 가장 큰 이유는 정부의 증시 친화 정책이다. 기업의 자기주식(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핵심으로 한 3차 상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여당 주도로 논의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기업이 자사주를 보유하지 않고 소각하면 주당순이익(EPS)이 늘어나며 주식 가치가 상승해 일반 투자자에게 유리하다.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는 “올해 시장 친화적인 1, 2차 상법 개정에 따라 코스피가 상승하는 효과를 확인했다”며 “3차 상법 개정도 증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짚었다.
미 연준 등 주요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로 국내 증시에 추가 자금이 들어오며 코스피가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사저 마러라고리조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해임 및 소송 가능성을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이후 기준금리 인하에 소극적이라는 이유로 파월 의장을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있다. 파월 의장의 임기는 내년 5월까지로, 트럼프 대통령은 차기 연준 의장 후보를 내년 1월 중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김재승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미 연준을 중심으로 전 세계적인 통화 확장 정책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며 “이는 수출 중심의 한국 경제와 증시에 우호적인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내년 코스피도 반도체 기업이 주도할 것이라는 점에는 증권사들의 전망이 일치했다. 인공지능(AI) 수요 증가에 따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의 수출이 증가하고 영업이익도 대폭 늘어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이수정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고대역폭메모리(HBM) 제품이 AI뿐만 아니라 일반 서버에서도 활용되기 시작하면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며 “메모리 반도체의 초호황기는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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