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 세금체납자 공개…‘선박왕’ 권혁 3938억원 최고액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2월 12일 14시 22분


김성태 쌍방울 前회장도 165억원 이름 올려

불법 대북송금과 뇌물 공여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 (공동취재) 2024.07.12.
불법 대북송금과 뇌물 공여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 (공동취재) 2024.07.12.
국세청이 대북송금 사건에 연루된 혐의를 받는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과 ‘선박왕’ 권혁 시도그룹 회장 등 고액 세금 체납자들의 인적 사항을 공개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전날 국세청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강도 높은 체납 세금 추징’을 지시한 만큼 이번에 공개된 체납자들을 대상으로 고강도 징수 활동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12일 국세청은 고액·상습 체납자 1만1009명의 명단을 국세청 누리집에 게시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기준 2억 원 이상의 세금을 1년 넘게 내지 않은 이들이다. 올해 신규 공개 대상자는 개인 6848명(4조661억 원), 법인 4161개(2조9710억 원) 등이다. 총 체납액은 7조371억 원에 달한다.

개인 중에 가장 많은 세금을 체납한 사람은 권혁 시도해운 회장으로 종합소득세 등 3938억 원을 내지 않은 상태다. 국세청이 권 회장에게 추징금을 물린 것은 2011년이지만 장기간 불복 청구를 진행하며 세급 납부가 이뤄지지 않아왔다. 권 회장이 고액 ·상습 체납자 명단에 오른 것은 2020년(증여세 21억8400만 원 체납)에 이어 5년 만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불복 청구에 따른 대법원 확정 판결로 권 회장으로부터 추징해야 할 세금 체납 규모가 추가 확정되면서 올해 명단에 포함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 회장은 1990년대 선박관리업체 시도물산을 설립한 이후 짧은 기간에 세계적인 선박임대업 및 해운업체로 성장시켰다. 한때 시도상선이 보유한 대형선박 수가 170여 척으로 국내 1위의 해운사인 한진해운의 160여 척보다 많았을 정도다. 하지만 세금 납부를 피하기 위해 본인의 행적을 철저히 숨겨왔기 때문에 ‘숨은 선박왕’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밖에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도 증여세 등 165억 원을 내지 않아 개인 체납액 상위 10위에 들었다. 김 전 회장은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 등과 관련해 800만 달러 대북송금 등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됐다.

국세청은 이날 거짓 기부금 영수증 발급 등 불성실 기부금 수령단체 24곳, 조세포탈범 50명, 해외금융계좌 신고의무 위반자 4명, 세금계산서 발급의무 위반자 22명의 인적사항 역시 공개했다. 거짓 영수증 최다 발급 단체는 전북 전주시 어울림교회로 올 한해 309차례에 걸쳐 22억4000만 원어치의 거짓 기부금 영수증을 발급하다 국세청으로부터 적발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전날 국세청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는 과정에서 고강도 체납 세금 추징을 지시한 만큼 이번에 공개된 체납자들과 법인, 단체 등에는 향후 강도 높은 징수 활동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체납관리단은 조세정의 차원에서도, 실업 완화에도 도움이 된다”며 “3000~4000명 (수준으로) 즉시 늘려서 해도 절대 손해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어떤 나라에선 ‘사채업자 돈은 떼먹어도 세금은 못 떼먹는다’고 생각한다더라”며 “그렇게 해야 한다. 고액 상습 체납자는 끝까지 추적하라”고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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