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사상 첫 주가 30만원 돌파
AI-로봇 신사업 추진 기대감 영향
로보티즈도 올들어 1170% 껑충
“완성차 기업에 로봇 가치 반영”
현대자동차그룹의 로봇 계열사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사족보행 로봇 ‘스팟’의 모습. 보스턴다이내믹스 제공
로봇과 인공지능(AI)이 결합한 ‘피지컬 AI’에 대한 관심이 커지며 국내 로봇 기업들의 주가가 연일 강세를 보이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대미 관세 불확실성이 줄어든 데다 로봇 기업 프리미엄이 붙으며 최근 사상 처음으로 주가가 30만 원을 넘어섰다. 최근 5일 동안 주가가 20% 넘게 상승한 덕이다. 양팔 작업형 로봇을 만드는 로보티즈는 올들어 1170% 상승하며 국내 상장사 중 최고 상승률을 보였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대차 주가는 올해 들어 48.6% 상승했다. 21만2000원이던 주가가 31만5000원까지 오르며 시가총액 5위 자리를 되찾았다. 올 1∼11월 현대차 주가는 34% 상승하며 같은 기간 63% 오른 코스피의 절반을 간신히 넘었지만, 이달 들어서는 20% 넘게 오르며 5.8% 오른 코스피를 크게 앞질렀다.
현대차 주가 상승 배경에는 ‘로봇 프리미엄’이 있다. 10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깐부 회동’을 가진 것을 시작으로,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 5만 장을 확보해 2030년까지 125조2000억 원을 투자해 대규모 AI 인프라 구축에 나서겠다고 밝힌 영향이다.
이어 이달 초 국민성장펀드를 계기로 마련된 정부의 인공지능(AI) 전환 프로젝트 간담회에서 로봇 생산 투자 계획을 밝혀 ‘로봇 기업’ 이미지를 각인시킨 바 있다. 현대차그룹은 AI 공장을 도입해 자율주행, 로보택시, 로보틱스 등에서 AI 학습 및 시뮬레이션 성능을 대폭 강화할 예정이다.
이미 글로벌 완성차 업체 가운데 전기차, 자율주행, 로봇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데 성공한 미국 테슬라, 중국 샤오펑·샤오미·BYD 등은 현대차보다 높은 가치를 평가받는다. 현대차와 기아는 완성차 업체 중에서도 주가가 저평가돼 왔던 만큼 로봇 사업의 가치가 재평가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진 것이다.
증권사들도 앞다퉈 현대차의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 중이다. 삼성증권(40만 원), DS투자증권(43만 원), 대신증권(45만 원) 등 최근 목표주가를 밝힌 증권사들은 40만 원이 넘는 목표주가를 내놓았다.
다른 로봇 기업 주가도 강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8일 기준 올해 가장 큰 폭으로 주가가 오른 상장사는 로봇기업 로보티즈로 나타났다. 로보티즈는 지난해 말 2만2641원이던 주가가 28만7500원으로 1169.82% 상승했다. 협동로봇 등 산업용 로봇을 만드는 두산로보틱스(+55.64%), 삼성전자가 최대 주주이기도 한 인간형 이족보행 로봇을 만드는 레인보우로보틱스(+173.5%) 등의 주가도 올들어 상승률이 높았다.
국내 로봇 기업 상당수는 아직 적자이거나 흑자 규모가 크지 않아 고평가 논란도 있어 왔다. 이 때문에 현대차, 기아 등 탄탄한 실적을 갖춘 자동차 기업이 로봇 테마를 주도하는 상황에 대해 시장에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김귀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자동차 기업 주가에 로봇의 가치가 반영되면서 가치평가가 다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로봇의 성장성이 반영되면 시장 주도주로 자리잡을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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