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전세 28개월 연속↑
빌라는 2021년 이후 최대폭 올라
1인 가구-‘베이비붐’ 자녀 결혼 증가
신규 수요 느는데 공급은 매년 줄어
서울의 아파트 전세와 연립·다세대주택(빌라), 오피스텔 전월세 가격이 동시에 오르며 청년층과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 아파트 가격 상승이 전세 가격을 끌어올리는 상황에서 전월세 수요는 증가하는데 공급마저 줄어든 여파로 보인다.
27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 가격은 2023년 6월부터 올해 9월까지 28개월 연속 상승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의 올해 1∼10월 신규 전세계약 평균 보증금은 6억2623만 원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5억6618만 원보다 6000만 원가량 올랐다. 서울 빌라 전월세는 8월 대비 9월에 0.24% 올랐다. 2021년 11월(0.24%)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대규모 전세 사기 여파가 아직 남아 있는데도 그 이전 수준으로 오른 것이다. 오피스텔 월세도 9월에 0.21% 올라 2018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크게 상승했다.
● 전월세 수요는 증가하는데 공급은 줄어
내년 5월 결혼을 앞둔 30대 회사원 김모 씨의 경우 신혼집으로 서울 중구의 전용면적 76㎡ 빌라를 전세금 4억 원에 21일 계약했다. 인근 아파트나 오피스텔 전세를 구하려고 했지만, 보증금이 7억∼8억 원 선이어서 포기했다. 서울시에서 받은 신혼부부 대출 3억 원에 추가로 1억 원을 마련하기도 빠듯했기 때문이다. 김 씨는 “20평대에 괜찮은 매물이 없어 한 달 반 동안 4채밖에 둘러보지 못했다”며 “전세 사기가 걱정되긴 하지만 대안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아파트-빌라-오피스텔 전월세가 동시에 오르는 ‘트리플 상승’은 수급 불일치가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이날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서울 다세대·연립 준공 실적은 지난해 서울에서 5550채에 그쳤다. 2만3389채가 공급된 2021년에 비하면 76.3% 줄어들었다. 경기 악화와 전세 사기 여파로 비(非)아파트 공급이 사실상 멈춘 것이다. 연간 3만∼4만 채 수준을 유지하던 아파트 준공 역시 내년부터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한국부동산원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서울 민간 아파트 예상 입주 물량(임대 제외)은 내년 1만7687채, 2027년 1만113채, 2028년 8337채로 매년 줄어든다.
반면 주택 수요는 늘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전국의 30세 도달인구는 2021년 68만3000명에서 2022년 74만 명으로 늘어난 뒤 2028년까지 70만 명대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들이 나이가 들며 결혼, 출산 등으로 새로운 집을 찾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서울 등 수도권은 여기에 1인 가구 증가세까지 더해졌다. 서울시에 따르면 2020년 139만 가구였던 1인 가구는 2024년 166만 가구까지 늘어났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2021∼2023년 서울의 가구 수는 연간 평균 5만3000가구 늘어났다. 같은 기간 주택 수 증가량은 3만3000채 수준에 그친다.
● 갱신권 사용-실거주 의무도 영향
가격이 오르자 세입자들이 원래 살던 집에 그대로 머무는 비중도 늘어나고 있다. 올해 1월부터 이날까지 서울 아파트 전월세 20만7877건 중 갱신 계약은 전체의 37.4%(7만7828건)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 29.4%(6만577건)보다 8%포인트 늘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정책 변화로 불안감을 느낀 기존 세입자들이 계약갱신요구권을 활용하는 등 주거의 이동이 이뤄지지 않고 시장이 경직돼 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에 따르면 11월 서울에서 월별 기준 올해 들어 가장 많은 7242채가 새로 입주한다. 하지만 실거주 의무가 강화되면서 집주인이 직접 입주하거나, 전세대출 없이 현금으로 보증금을 낼 수 있는 세입자를 찾는 매물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매물이 부족하고 가격이 오르는 상황에 실거주 집주인이 늘면 세입자는 조건이 좋지 않은 전월세로 이동해야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정부의 다주택자 규제로 민간 전월세 공급은 더 어려워질 것”이라며 “앞으로도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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