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직장인 50% “H-1B 비자 소지자 신규 채용 줄어들 것” 우려

  • 동아일보

테크업계 채용 시장서도 긴장감 흘러
22% “미국 자국민 채용 늘어날 것”
젠슨 황 등 테크업계 거물들도 반발
“우리 가족의 이민 불가능했을 것”

반(反)이민 정책을 강화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문직 취업 비자(H-1B)의 발급 수수료를 기존 1000달러(약 140만 원)에서 10만 달러(약 1억4000만 원)로 100배 올리면서 미국 테크업계가 충격에 빠졌다. 엔비디아 등 미국 빅테크들은 H-1B 비자의 큰 이용자 중 하나다.

실제로 미국 테크업계에서도 해당 수수료 인상이 채용시장을 뒤흔들 것이란 우려가 크다. 직장인 커뮤니티 앱 ‘블라인드’가 지난달 24∼30일 7일간 미국 가입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 725명 가운데 50%가 ‘H-1B 비자 소지자 신규 채용이 줄어들 것’이라고 응답했다. 그중에서도 ‘심각하게 줄어들 것(33%)’이라는 응답이 ‘다소 줄어들 것(17%)’이란 응답보다 높게 나타났다. ‘영향이 없을 것’이란 응답은 22%에 그쳤다.

응답을 정치 성향이나 비자 상태로 분류해도 ‘신규 채용이 줄어들 것’이란 응답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 ‘신규 채용이 줄어들 것’이라는 응답은 트럼프 행정부의 비자 정책을 반대하는 응답군에서 59%였고, 찬성하는 응답군에서도 52%였다. 또한 미국인의 경우 57%, H-1B 비자 소지자인 경우 60%로 의미 있는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신규 채용이 줄더라도 미국 자국민 채용이 늘어날 것이란 응답은 22%에 그쳤다. 이번 수수료 인상으로 각 기업이 선택할 대안으로는 ‘해외 채용을 확대할 것(52%)’이라는 응답이 가장 우세했다.

앞서 블라인드가 8월 26일부터 9월 3일까지 9일간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 3265명 가운데 69%가 ‘H-1B 비자 노동자들이 미국 기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를 국적별로 쪼개 보면 응답자가 미국인인 경우 49%만이 ‘H-1B 비자 노동자들이 미국 기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답한 반면, 외국인인 경우 같은 응답이 88%에 달했다.

또한 응답자의 63%는 ‘미국 기업이 후보자의 국적이나 비자 상태와 상관 없이 최적격자를 채용한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답변에 대해서는 △ H-1B를 비롯한 워킹 비자 소지자 89% △영주권자 65% △미국인 40%의 응답률을 나타내는 등 인식 격차가 극심했다.

‘H-1B 비자 소지자는 불필요한 경쟁을 유발하며 미국인들의 직업을 빼앗아 간다’는 응답도 △H-1B를 비롯한 워킹 비자 소지자인 경우 9% △영주권자 27% △미국인 57%로 차이가 컸다.

비자 수수료 인상 등 트럼프의 반이민 정책은 테크업계 거물의 반발도 부르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대만계 미국인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62)다. 그는 이달 8일(현지 시간) “현재 미국 행정부의 정책으로는 우리 가족의 이민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황 CEO는 이날 CNBC방송 인터뷰에서 “우리 가족은 이 10만 달러를 감당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이민은 ‘아메리칸드림’의 토대다. 누구나 미국에 와서 열심히 일하고 재능을 발휘해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엔비디아는 직원들에게 약 1400건의 H-1B 비자 발급 수수료를 지원하고 있다. 황 CEO는 “모든 직원에게 이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고 했다.

#H-1B 비자#미국 비자#트럼프 반이민 정책#젠슨 황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