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약 두 달 만에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연 1.6∼1.7%로 기존 대비 최대 0.3%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한은이 공식 경제전망 발표를 앞두고 수정 전망치를 제시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그만큼 계엄 및 탄핵 정국으로 인해 경제 전반이 위축되는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은은 20일 공식 블로그에 게재한 ‘2025년 1월 금융통화위원회 결정 시 한은의 경기 평가’ 보고서를 통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수정했다. 앞서 작년 11월 전망에서 올해 성장률을 1.9%로 예상했으나 이 전망치가 1.6∼1.7%로 하향 조정될 것으로 판단했다.
이지호 한은 조사국장은 “작년 12월 비상계엄 사태로 촉발된 정치 불확실성과 경제 심리 위축의 영향으로, 올해 성장률이 내수를 중심으로 약 0.2%포인트 낮아지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다만 한은의 이번 분석은 정국 불안이 올 1분기(1∼3월)까지 지속되다가 2분기(4∼6월)부터 해소될 것을 전제로 했다.
통상적으로 한은은 매년 2, 5, 8, 11월에 경제전망 수치를 발표한다. 2월 공식 발표를 앞두고 지난해 11월에 발표한 전망에 대한 수정치를 이례적으로 밝힌 것이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한은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 계엄 이후의 한국 경제 상황을 그만큼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한은은 “그동안의 관례에서 벗어나 예외적으로 작년 4분기(10∼12월) 성장률과 올해 성장률 전망에 대해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며 “예기치 못한 정치적 리스크의 확대가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을 진단해, 그 결과를 2월에 공식 전망치가 나오기 전에 공유하는 것이 경제 주체들의 의사결정에 도움이 되리라 봤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은은 다음 달 25일 수정된 전망치를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한은은 “다음 달 전망치가 이번 달에 예상한 것보다 높아질지 여부는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 시기, 정부의 추가 경기 부양책, 미국 신(新)정부 경제정책 등에 크게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은은 또 작년 4분기 석 달간의 성장률이 0.2%를 밑돌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앞서 해당 기간 0.5% 성장률을 전망했었으나 정치적 충격,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등으로 내수가 위축돼 전망치를 대폭 낮췄다. 이에 따라 지난해 연간 성장률도 2.0∼2.1%로 기존(2.2%) 대비 하향 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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