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한은 ‘마통’서 1분기 32조 넘게 빌려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4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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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수 부족에 역대 최대, 이자만 638억
기재부 “재정 조기 투입에 차입 늘어”

정부가 올해 1분기(1∼3월)에만 한국은행에서 32조 원 이상을 빌려 쓴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역대 최대 ‘세수 펑크’가 발생한 데다 올해 초 경기 방어를 위한 재정 집행이 대거 집중되자 한은의 ‘마이너스 통장(일시 차입)’에서 돈을 빼내 급한 불을 껐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한은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대(對)정부 일시 대출금·이자액 내역’ 자료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정부가 한은에서 빌려 쓰고 갚지 못한 대출 잔액이 32조5000억 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해당 통계를 확인할 수 있는 2011년 이후 1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정부는 1분기에만 총 45조1000억 원을 빌려 12조6000억 원만 갚았다. 누적 대출에 따른 이자 금액은 638억 원이다.

한은의 대정부 일시 차입은 세입과 세출 간 시차에 따라 발생하는 자금 부족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활용하는 임시방편이다. 정부는 단기채권인 재정증권을 발행해서 일시적인 세수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만, 만기가 없고 차입이 쉬운 한은 일시 차입을 더 선호한다. 지난해에도 세수가 부족하자 한은에서 117조 원을 빌려 썼다. 이자 비용만 1506억 원에 달했다.

한은은 정부의 과도한 차입이 자칫 유동성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올해 1월 일시 제도 강화에 나섰다. 정부의 재정증권 발행을 권장하는 한편 차입 일수 및 누계액 최소화, 한은과 정기적 합의 등의 내용을 추가했다. 하지만 올해에도 경기 부진으로 인해 세수가 예상보다 덜 걷히자 정부가 한은에 손을 벌린 것으로 분석된다.

기획재정부는 통상 1분기까지는 세금이 많이 들어오지 않아 일시 차입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예정된 사업에 재정을 투입해야 하는데 3월까지는 세금이 많이 들어오지 않는다. 그 시차를 메우기 위해 매년 일시 차입을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올해는 민생 안정을 위해 재정을 조기 투입한 사업들이 있다 보니 규모가 늘어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세수 부족#기재부#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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