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플’ 아이템 뽑기 조작… 넥슨에 116억원 과징금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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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료 아이템 확률 낮추고 공지 안해
선호 높은 옵션 확률 ‘0’ 바꾸기도… 2018년 비슷한 제재 받고도 반복
넥슨 “당시엔 공지할 법적 의무 없어”… 공정위 “거짓-기만으로 소비자 유인”

게임 속 유료 아이템 뽑기에서 인기 상품이 나올 확률을 내리고도 이를 알리지 않거나 거짓으로 알린 넥슨코리아가 110억 원대의 과징금을 물게 됐다. 선호도가 높은 기능이 포함돼 있는 일부 상품은 나올 확률이 ‘0’이었다.

● 이용자 고지 없이 인기 아이템 확률 낮춰
공정거래위원회는 3일 넥슨의 전자상거래법 위반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116억4200만 원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공정위가 전자상거래법 위반에 매긴 과징금 중 가장 큰 금액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2018년 게임 ‘서든어택’의 확률형 아이템과 관련한 거짓, 기만 행위에 대해 이미 제재를 받았는데도 ‘메이플스토리’와 ‘버블파이터’ 운영 과정에서 확률 변경 사실을 누락하거나 거짓으로 알린 점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넥슨은 2010년 5월 메이플스토리에 확률형 아이템 ‘큐브’를 도입했다. 큐브는 장비의 성능이나 등급을 올릴 수 있는 옵션이 무작위로 든 상품이다. 판매 초기에는 각 옵션이 나올 확률이 같았지만 이후 순차적으로 확률이 변경됐다. 단기간에 게임 속 능력치를 올리기 위해 이용자들이 확률형 아이템을 구매했지만 확률은 이용자들에게 점점 불리하게 바뀐 것이다.

특히 2011년부터 2021년까지 게임 이용자 선호도가 높은 7개 옵션은 아예 나오지 않도록 확률을 바꿨다. 그런데도 넥슨은 ‘큐브의 기능에 변경 사항이 없고 기존과 동일하다’고 공지했다. 2013년 출시된 가장 비싼 큐브인 ‘블랙큐브’의 확률 변경도 게임 이용자들에게 알리지 않고 이어졌다. 장비를 최상위 등급으로 올릴 수 있는 옵션의 확률은 2년 반 동안 1.8%에서 1%로 낮아졌다. 10년 동안 총 449차례의 공지가 올라왔지만 큐브의 확률 변경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넥슨은 게임 서비스 내용이 바뀔 땐 이용자에게 공지하도록 자사 약관에 정하고 있다.

넥슨은 ‘버블파이터’에서도 확률형 아이템을 일정 개수 이상 사용하기 전까지는 이용자들이 원하는 아이템이 절대 나오지 않도록 확률을 변경했다. 관련 공지에는 이런 사실이 담겨 있지 않았다.

● 내부 문건에서 “확률 낮춘 것 숨겨라”
넥슨은 큐브의 확률을 일부 공개하면서도 앞서 이뤄졌던 유사한 확률 변경은 적극적으로 은폐한 것으로 공정위는 보고 있다. 넥슨은 2021년 메이플스토리 이용자들이 확률 공개를 요구하고 나서자 간담회를 열었는데, 간담회 직전 내부 검토 문건에서 “블랙큐브의 등급 상승 확률이 낮아진 것은 최대한 숨겨야 한다”고 한 것으로 확인됐다. 큐브 확률에 대한 이용자의 문의가 빗발치자 “빠른 답변은 고객의 재문의 시점만 앞당긴다”며 “적절한 시점까지 답변 진행을 ‘홀드’(중단)해야 한다”고도 언급했다.

공정위는 확률이 바뀐 걸 알았다면 확률형 아이템 구매가 줄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확률 변경 사실을 정확히 알리지 않은 건 소비자를 유인한 불법 행위라고 판단했다. 2010년부터 2021년까지 넥슨이 큐브를 팔아 올린 매출은 5500억 원에 달한다. 한 이용자는 1년 동안 2억8000만 원을 큐브를 사는 데 쓰기도 했다.

넥슨은 공정위에 이의신청을 하거나 행정소송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넥슨 측은 “공정위에서 문제로 지적한 2010년부터 2016년은 전 세계적으로 게임 확률을 공개하지 않던 시기”라며 “공정위는 전 세계 어디에서도 법적 의무 및 사례가 없었던 시기의 사안에 대해 위반으로 판단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공정위는 이에 대해 “전자상거래법은 거짓이나 기만으로 소비자를 유인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소비자에게 불리한 내용 변경이 있다면 법적 의무와 관계없이 알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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