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로 농사를 짓는다고? “친환경 아쿠아포닉스로 승부합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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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서유채농장 홍민정 대표
미국 견학하며 선진 농법 접해
체험공간 늘리고 치유농업 연계 목표

서유채농장의 홍민정 대표가 국내 아쿠포닉스 농가 최초로 받은 저탄소농산물 인증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그는 “아쿠아포닉스 농법으로 생산한 채소는 친환경 농산물을찾는 요즘 추세와 맞는다”라고 말했다. 서유채농장 제공
서유채농장의 홍민정 대표가 국내 아쿠포닉스 농가 최초로 받은 저탄소농산물 인증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그는 “아쿠아포닉스 농법으로 생산한 채소는 친환경 농산물을찾는 요즘 추세와 맞는다”라고 말했다. 서유채농장 제공
홍민정 씨(35)는 충남 태안에서 ‘서유채농장’을 경영한다. ‘아쿠아포닉스(Aquaponics)’라는 농법으로 유럽 샐러드 채소를 생산한다. 아쿠아포닉스는 물고기 양식(Aquaculture)과 수경재배(Hydroponics)의 합성어다. 화학비료 대신 물고기를 양식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배설물을 이용해 작물을 재배하는 친환경 농법이다.

서유채농장의 물고기 양식 시설. 서유채농장 제공
서유채농장의 물고기 양식 시설. 서유채농장 제공
홍 대표는 10여 년 전 미국에 사는 부모님 친구로부터 미국 유럽 등에서 널리 활용되는 선진 농법으로 아쿠아포닉스를 소개받았다. 이름도 생소한 아쿠아포닉스를 처음 접했을 때 그가 보인 반응이다.

“아, 내 짝을 만났다.”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하고 농사도 모르는 서울 아가씨였지만 단숨에 미국으로 건너가 아쿠아포닉스 농장들을 견학하며 신기술을 배웠다. 하지만 어려움은 그다음부터였다.

“국내 상황에 적용하는 데 애를 먹었습니다. 미국 아쿠아포닉스는 기후, 어종, 작물 등이 한국과 다르기 때문입니다. 3년을 꼬박 연구한 끝에 국내에서 작물을 생산할 수 있었습니다.”

자신감을 얻은 홍 대표는 2017년 태안에 300여 평 농장을 마련했다. 이듬해 청년 후계농 모집 공고를 보고 지원해 재정적인 지원도 받았다.

농사의 고정관념을 깨는 일도 쉽지 않았다. 비료를 사용해 작물을 재배하는 것이 농사의 상식인데 물고기를 이용한다고 하면 사람들은 믿지 않았다.

“‘농사가 그렇게 만만한 줄 아느냐’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그럴수록 더욱 연구했습니다. 10년 정도 경력이 붙은 지금은 아쿠아포닉스를 알리는 강사로도 활동할 만큼 지식을 쌓았습니다.”

아쿠아포닉스 농가는 10년 전에는 거의 없었지만 지금은 전국에 30곳 정도로 늘었다는 것이 홍 대표의 추산이다. 그가 말하는 아쿠아포닉스의 장점은 여러 가지다.

“화학비료를 쓰지 않기 때문에 친환경 농작물을 선호하는 요즘 추세에 맞습니다. 일반 농사에 비해 물을 10%만 사용하기 때문에 물 부족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됩니다. 채소도 팔고 물고기도 팔 수 있어 일거양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서유채농장에서 재배하는 채소. 서유채농장 제공
서유채농장에서 재배하는 채소. 서유채농장 제공
서유채농장이 생산하는 샐러드 채소는 일반 샐러드류보다 2배 이상 가격이 높다. 그래도 호텔, 레스토랑 등에서 주문이 끊이지 않는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홍 대표가 보람을 느끼는 것은 환자용 채소를 재배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중 하나가 저칼륨 채소다.

“아쿠아포닉스 농법을 활용하면 일반 상추보다 70% 정도 칼륨 비율이 낮은 상추를 생산할 수 있습니다. 심부전증, 당뇨, 신장 투석을 받는 환자가 먹을 수 있습니다. 저희 상추를 드신 고객으로부터 ‘30년 만에 처음 상추를 먹었다’라는 감사 전화를 받았을 때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홍 대표는 농장 경영과 함께 컨설팅 사업을 병행하고 있다. 아쿠아포닉스 원리에 대한 기본 교육을 하고, 농장 시공과 운영에 필요한 채소, 어종, 미생물 등 재배 방법 노하우를 전수한다. “귀농 생활의 멘토가 돼서 수확 과정까지 함께 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농장 10∼15곳의 컨설팅을 담당하고 있다.

홍 대표는 귀농 희망인들을 많이 만난다. 그가 귀농인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목표 의식을 가져야 한다”라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십중팔구 포기하게 된다는 것이다.

“귀농 초기에 다녔던 한국벤처농업대학 동기 50여 명 중에서 지금까지 농사를 짓는 사람은 저밖에 없습니다. 대부분 도시로 되돌아갔거나 다른 직업을 가졌습니다. 뚜렷한 목적 없이 남들이 하는 유행 작물을 좇으면 포기하기 쉽습니다. 고추 농사를 짓는다면 다른 사람들과 차별점을 가지거나 품질을 올리는 등 확실한 이유를 가져야 합니다. 저는 아쿠아포닉스를 알리겠다는 사명감으로 일해왔습니다.”

서유채농장은 주말마다 체험 행사를 열고 있다. 아쿠아포닉스가 무엇인지, 어떤 점이 친환경인지 직접 물고기와 작물 재배를 경험하는 것이다. 홍 대표의 목표는 체험 공간을 늘리고 치유 농업까지 연계하는 ‘아쿠아포닉스 웰니스 치유센터’를 운영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웰니스 바이오 융합학과 석사 과정에 다니며 치유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아쿠아포닉스 최초로 농업기술진흥원으로부터 저탄소농산물 인증을 받았다. 900여 평을 신축해 1200평 규모의 농장을 만드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올해 올린 3억 원의 매출을 100억 원까지 늘리겠다는 포부다.

“모든 대한민국 국민에게 아쿠아포닉스를 알리는 그날까지 달리겠습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아쿠아포닉스#물고기#농사#서유채농장#치유농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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