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카카오 내년 초 경영 전면개편… 컨트롤타워 강화, 위험관리 총괄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0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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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사 이후 최대 위기 몰린 카카오
에스엠 주가조작 등 잇단 리스크에 계열사 자율 경영 체계 원점 개편
조율기구 ‘CA협의체’서 위험 검증
금감원, 김범수 포토라인 세우기로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경영진이 주식 시세를 조종했다는 의혹으로 창사 이후 최대 위기를 맞이한 카카오가 내년 초까지 경영체계를 대대적으로 개편한다. 사업별 부문장과 계열사 대표가 자율 경영 형태로 전략을 수립하고 결정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컨트롤타워’ 역할과 권한을 강화해 의사결정을 하고 위험 요인도 제거하는 형태다. 창업자인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사진)의 금융감독원 출석 조사가 마무리되면 구체적인 개편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22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계열사 조율 기구인 ‘CA협의체’ 중심으로 신사업 추진이나 투자 전략까지 관리할 수 있는 경영체계 개편안을 마련하고 있다. 그동안 투자 유치나 인수합병(M&A) 등을 각 사업 총괄이나 계열사 대표가 판단했다면 앞으로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CA협의체를 거쳐 최종 결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카카오는 이를 위해 기본적인 사내 전자결재 시스템부터 12월 말까지 새로 정비할 예정이다. 중요한 경영 활동과 관련한 의사 결정 과정을 CA협의체나 이사회가 들여다보면서 위험 요인을 직접 관리하고 검증할 수 있도록 체계를 갖춘다는 것이다.

아울러 새로운 경영체계 도입을 위한 조직 개편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컨트롤타워가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서다. 구체적인 조직 및 경영 개편안은 추가 논의를 거쳐 내년 1월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CA협의체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1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와 싱가포르투자청으로부터 1조2000억 원을 유치한 건에 대해 우려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전략 조직에서 투자 유치액과 구체적인 조건 등을 이미 상대 기관 측과 대부분 협의를 마친 상황에서 다른 경영진과 이사회에 보고해 구체적인 위험 요인을 점검할 시간적 여유가 부족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카카오는 이 자금을 바탕으로 에스엠 인수에 나섰고 2월 하이브와 경쟁하는 과정에서 배재현 공동체투자총괄 대표 등이 주식 시세를 조종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배 대표는 19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카카오 내부에선 경영 및 사법 리스크가 연이어 발생하자 ‘경제 대공황 직전의 미국 같은 혼란 상황’이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카카오는 2021년 국회 국정감사 등을 통해 무분별한 사업 확장과 플랫폼 기업의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이어진 뒤에도 계열사별 자율 경영 체계 기조를 바꾸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계열사 대표의 ‘주식 먹튀’ 논란과 데이터센터 화재에 따른 대규모 서비스 장애 등 각종 사건으로 2021년 11월부터 2년간 5번의 경영진 교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창업자 김 센터장도 금감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이 카카오와 카카오엔터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하자 경영 체계를 원점에서 개편할 필요성을 느낀 것으로 전해졌다. 카카오는 CA협의체를 지난달 25일 확대 개편해 김정호 브라이언임팩트 이사장과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대표, 권대열 정책센터장을 부문별 총괄로 참여시켰다. 김 이사장은 김 센터장이 2004년 네이버(옛 NHN) 공동대표직을 수행할 때 최고운영책임자(COO)로 호흡을 맞춘 경험이 있다.

카카오 계열사의 한 관계자는 “에스엠 주식 시세 조종 의혹은 회사가 겪은 어떤 리스크보다 큰 충격”이라며 “이를 계기로 어떠한 방식으로든 경영 구조가 크게 변할 것 같다”고 전했다.

금감원은 에스엠 주식 시세 조종 의혹으로 피의자 신분 출석 통보를 한 창업자 김 센터장을 23일 오전 포토라인에 세운다는 방침이다. 카카오는 김 센터장 출석과 관련해 22일에도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금감원은 카카오 측에 협조했다는 의혹을 받는 사모펀드 원아시아파트너스에 대한 긴급 검사에 착수했다. 금감원은 원아시아파트너스가 에스엠의 주식을 사들여 주가를 높이는 방식으로 카카오의 경쟁사인 하이브의 공개 매수를 방해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카카오#경영 전면개편#위험관리#주식 시세 조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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