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이마트 등 대표 40% 교체… 유통업 인사 폭풍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9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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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부진에 조기 ‘초강수 인사’
이마트 한채양-백화점 박주형 기용
70대 이석구 계열사 대표로 복귀
롯데-현대百도 부진타개책 고심

신세계그룹이 양대 계열사인 이마트와 백화점 을 포함한 계열사 대표 10명 중 4명을 바꾸는 ‘초강수 인사’를 단행했다. 내수 부진으로 실적이 악화된 가운데 2024년도 인사를 예년보다도 한 박자 빨리 단행해 그룹 성장 전략을 재편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번 인사는 신상필벌 원칙에 따른 것으로 정용진 이마트 부회장과 정유경 신세계 총괄 사장 모친인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그룹은 20일 이마트와 백화점 대표를 동시에 교체했다고 발표했다. 이마트 새 수장으로는 한채양 조선호텔앤리조트 대표가 임명됐다. 그는 이마트와 함께 이마트에브리데이, 이마트24 등 오프라인 채널까지 모두 맡게 된다. 이마트 관계사들을 ‘1인 대표 체제’로 묶어 시너지를 높이기 위한 포석이다. 실제 이마트는 이마트, 이마트에브리데이, 이마트24, 신세계프라퍼티, SSG닷컴, 지마켓을 ‘리테일 통합 클러스터’로 한데 묶어 운영하기로 했다.

기존에 이마트와 온라인 채널 SSG닷컴을 이끌어온 강희석 대표는 임기를 약 2년 반 남기고 사실상 경질됐다. 컨설턴트 출신으로 2019년 이마트에 합류한 그는 신세계그룹의 G마켓 인수부터 통합 멤버십 ‘신세계 유니버스’ 출시 등을 이끌었지만 실적 악화에 대한 책임론을 피하지 못했다. 이마트는 지난해 3분기(7∼9월) 영업이익 1007억 원을 올렸으나 올해 2분기 530억 원 적자로 전환했다.

신세계백화점을 이끄는 신세계 대표이사는 박주형 신세계센트럴시티 대표가 겸직한다. 2025년 3월까지 임기가 남아 있던 손영식 신세계 대표도 물러났다. 퇴임했다가 2021년 대표로 돌아온 손 대표는 지난해 신세계백화점이 역대 최대 실적을 낸 공로로 사장까지 승진했으나 전격 교체됐다. 신세계는 올해 2분기 백화점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4% 떨어졌다.

신세계라이브쇼핑 대표는 이석구 신세계 신성장추진위 대표가 맡게 됐다. 과거 스타벅스코리아 대표를 11년간 맡으며 스타벅스 전성기를 주도했던 그는 2019년 퇴임했으나 2020년 신세계인터내셔날 자주 사업부문 대표로 복귀한 바 있다. 만 74세로 ‘신세계 올드보이’인 그를 계열사 대표로 다시 기용한 것은 위기의식이 절박한 만큼 그룹을 전면 쇄신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프라퍼티 임영록 대표도 조선호텔앤리조트 대표를 겸직하고, 신세계푸드 송현석 신임 대표는 주류 계열사인 신세계L&B 대표를 함께 맡는다.

유통업계는 신세계그룹이 예년보다 더 빨리, 더 큰 규모로 인사를 단행하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신세계그룹은 이마트는 2019년부터, 백화점 부문은 2021년부터 10월 인사를 단행하고, 다른 계열사는 통상 12월에 정기 인사를 냈다. 올해는 이마트와 백화점 정기 인사를 9월에 실시했을 뿐 아니라 다른 계열사 인사까지 함께 단행했다. 온라인은 물론이고 이마트와 백화점을 필두로 한 오프라인 체질을 완전히 뜯어고치겠다는 것이다.

롯데그룹 안팎에서는 10월 조기 인사설에 힘이 실린다. 이완신 전 대표의 사임으로 호텔군HQ 총괄대표 자리가 공석이 되자 이 기회에 유통HQ도 축소해 경영 효율화를 꾀할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경영 효율 개선, 신시장 및 신사업 확대에 우선 집중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CJ그룹도 CJ제일제당과 CJ ENM 등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단행한 정기 인사를 앞당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최근 지배구조 개편을 완료한 만큼 조직 안정화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유통업계가 인사 신호탄을 쏘아올린 만큼, 실적이 부진한 내수 기업들을 중심으로 빠르고 파격적인 인사를 검토하는 곳이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신세계#이마트#유통업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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