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인간과 AI의 협업이 더 아름다운 창작 이끌어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8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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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분야 AI 활용, ‘AI 아트’ 인기
인간 혼자보다 AI 협업 시 성과 더 좋아
결과물의 ‘알고리즘 혐오’ 경계해야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이 발전하면서 최근 예술 분야에 AI를 활용하는 ‘AI 아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전까지 AI 아트에 관한 연구들은 주로 AI가 사람과 같은 수준의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지를 평가하는 데 집중됐다. 하지만 최근 일본 교토대 연구진이 AI 아트를 AI와 인간의 ‘대결 관점’이 아닌 ‘협업 관점’에서 분석한 결과를 발표해 눈길을 끈다.

연구진은 실험 참가자를 세 그룹으로 나눠 각 그룹에 일본식 시 짓기인 ‘하이쿠’ 창작 미션을 줬다. 하이쿠는 5-7-5 음절의 고정된 형태를 유지하며 ‘기고’라고 불리는 계절 단어를 포함해야 하는 등 명확한 규칙을 가진 문학 장르다.

첫 번째 그룹은 사람이 만든 하이쿠 그룹으로, 10개의 계절 단어별로 전문가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은 하이쿠 시 4개씩을 선정해 총 40개 작품으로 구성했다. 두 번째 그룹은 AI가 만든 하이쿠 그룹, 세 번째 그룹은 사람이 AI의 생성 결과에 개입한 하이쿠 그룹으로 구성됐다. 연구팀은 세 하이쿠 그룹을 대상으로 시의 미적 평가에 관한 21개 질문과 창작자가 AI인지 사람인지를 묻는 질문을 포함한 설문을 진행했고, 총 385명의 응답을 받아 그 결과를 분석했다.

연구 결과, 사람이 AI의 생성 결과에 개입한 하이쿠가 가장 아름답다는 평가를 받았다. 반면 사람과 AI가 각각 혼자 만든 하이쿠의 미적 평가 점수는 비슷했다. 또한 설문 참가자들은 인간이 만든 하이쿠와 AI가 만든 하이쿠를 잘 구별하지 못했다. 특히 사람들은 잘 만든 작품일수록 그 작품이 사람이 만든 것이라고 느꼈다.

마지막으로 사람들이 작품의 창작 주체가 사람인지 AI인지를 구별하는 데 있어 인간이 만든 하이쿠라고 판단할 때는 작품의 깊이와 일관성에 근거하는 경향이 있었고, AI가 만든 하이쿠라고 판단할 때는 표현력, 규칙성, 의도성을 단서로 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는 인간과 AI의 협업이 더 아름다운 창작을 도출해 냄을 입증한다. 이는 AI 기술은 주로 인간의 일을 대신해주고 자동화하는 데 주된 목적이 있다는 기존의 통념에 반하는 결과다. 이 연구는 특히 인간과 AI의 협업을 통해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줌으로써 AI 를 어떻게 더 효율적, 협력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한다.

한편 연구 결과, 사람들이 AI의 결과물에 대해 갖는 부정적인 편견인 ‘알고리즘 혐오(algorithm aversion)’ 경향도 확인할 수 있었다. 본 연구에서 사람들은 하이쿠 작품이 우수하다고 느낄수록 생성 주체가 사람이라고 판단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예술 분야에서 AI의 결과물을 과소평가하거나 거부하는 경향을 극복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고민삼 한양대 ERICA ICT융합학부 교수 minsam@hanyang.ac.kr
정리=장재웅 기자 jwoong04@donga.com
#dbr#인간과 ai 협업#더 아름다운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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