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PF담당자 연봉 최고 65억… “부실 커졌는데 성과급 잔치”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6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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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PF 고연봉 논란]
증권사 연봉상위 30명중 20명이 부동산PF 임원
26개 증권사 사업보고서 분석 결과
부실 위기에도 평균 연봉 32억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연체율이 치솟으며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증권사 고액 연봉자 상위 30명 중 60% 이상이 부동산 PF를 맡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의 평균 연봉은 약 32억 원으로, 금융지주 회장들의 급여보다 최대 두 배 가까이 많은 수준이었다.

본보가 올해 제출된 26곳의 국내 증권사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증권업계의 연봉 상위 30명 중 부동산 PF 담당자의 비중은 67%(20명)에 달했다. 그중 중소형사 소속은 16명이었다. 연봉 상위 10명으로 좁히면 그중 8명이 부동산 PF를 담당했다. 연봉 1위는 김진영 하이투자증권 투자금융총괄 사장으로 지난해 65억6700만 원을 받았다.

고액 연봉자의 상당수가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 때 자금 경색의 진원지였던 자기자본 3조 원 미만의 중소형사 소속이어서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당시 정부는 긴급 유동성 지원 정책을 마련해 해당 증권사의 자금 경색을 가까스로 뚫어줬다.

위기 상황에서 취약함을 드러내며 금융시장의 리스크를 키웠던 증권사가 한숨 돌리고 나선 PF 담당 임원들에게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는 얘기다. 금융당국은 이런 논란이 일자 국내 증권사의 성과 체계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에 착수했다.




중소형 증권사 소속 다수 30억 초과
4대 금융지주 수장보다 급여 많아
고금리에 PF대출 연체율 급증
“만기 연장으로 버텨… 시한폭탄 상황”

부동산 경기 둔화로 연체율이 오르고 있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금융시장의 최대 ‘뇌관’으로 떠오른 가운데 증권사 PF 담당 임원들은 프로젝트 성과급 등으로 고연봉을 누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PF 리스크 때문에 캠코에서 1조 원짜리 펀드를 가동하는 등 금융시장이 비상인데, 리스크를 키우는 데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증권사 임원들은 이익을 독차지하고 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 “연봉 상위 30명 중 20명이 PF 담당”
본보가 올해 제출된 26곳의 국내 증권사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증권업계에서 연봉 상위 30명(대표이사·회장 제외) 중 부동산 PF 담당자의 비중은 67%(20명)에 달했다. 이들의 평균 연봉은 31억9352만 원으로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18억3400만 원),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15억3300만 원) 등 4대 금융지주 수장들의 급여를 훌쩍 뛰어넘었다.

30억 원이 넘는 급여를 받아간 임직원은 총 9명이나 됐으며 그중 6명이 중소형 증권사 소속이었다. 김진영 하이투자증권 투자금융총괄 사장이 65억6700만 원의 연봉을 받아 1위에 올랐다. 퇴사 후 자산운용사를 설립한 최미혜 전 IBK투자증권 상무는 퇴직금(32억 원)을 포함해 39억4400만 원의 급여를 수령했다.

고액 연봉자가 PF 담당자로 쏠려 있는 것은 부동산 개발 과정에서 증권사의 관여도가 높기 때문이다. 증권사는 브리지론(단기대출), 본PF 등의 자금 조달을 주선하며 수수료를 챙긴다. 최근엔 증권사가 PF에 직접 대출해주거나 유동화증권을 발행하는 방식으로 자금 지원에 나서는 사례가 늘었다. 2011년 저축은행 사태 이후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PF 대출을 깐깐하게 관리하면서 시행사들이 증권사를 대안으로 찾게 된 결과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원래 저축은행들이 브리지론이나 후순위 대출 같은 고위험, 고수익 투자처에 공격적으로 참여했다”며 “그 자리를 자기자본 3조 원 미만의 중소형 증권사가 대체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PF 담당자의 몸값도 덩달아 치솟아 부동산 금융 주선, 대출 거래를 성사시키고 천문학적인 급여를 받기 시작했다.

● 레고랜드 사태 때 지원받고도 성과급 잔치
문제는 부동산 PF가 금융 시장을 위협하는 잠재적 불씨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부동산 PF 대출(유동화증권 포함)의 위험노출액(익스포저)은 163조4000억 원 정도다. 주택 가격 상승이 본격화되기 직전인 2017년 대비 2배로 불어났다.

분양 시장이 침체되는 상황에서 금리 상승 국면을 맞자 연체율이 치솟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증권사의 부동산 PF 연체율은 10.4%로 1년 만에 6.7%포인트 증가했다. 증권사 고위 임원은 “금융당국이 만기 연장으로 가까스로 막고 있지만 사실상 ‘시한폭탄’과 다름없는 상황”이라며 “지방 분양 시장이 부진하니 현지 건설사가 부도나고, 여기에 중·후순위로 대출한 증권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듯 PF 리스크에 전 금융권이 신음하는 가운데 PF 임원들이 성과급 잔치를 벌이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에 대한 논란은 점점 커져가고 있다. 특히 지난해 말 레고랜드 사태 때 위기를 겪은 일부 중소형사가 성과급 잔치를 강행한 것에 대해선 비판이 높다. 당시 채권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중소형 증권사가 보증한 PF유동화증권의 차환(신규 발행으로 만기 상품을 갚는 것)이 어려워지자 금융당국은 KDB산업은행 등이 참여하는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마련해 유동성 위기를 해소해줬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돈이 되니 모든 증권사가 부동산 PF에 달려들었고 그 결과 대출 총량이 커진 것”이라며 “성과 보수를 받는 인물은 소수에 불과한데, 이들이 늘린 익스포저는 금융시장 전체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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