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대 스타트업 행사 ‘비바 테크 2023’에서 봐야 할 것들[스테파니]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6월 8일 1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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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스테파니 독자 여러분. 동아일보 미래&스타트업팀 데스크를 맡고 있는 김선미 기자입니다. 오늘은 다음 주(14~17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유럽 최대의 스타트업 행사인 ‘비바 테크’(Viva Tech)를 미리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프랑스 일간지 ‘레제코’(Les Echos)와 세계 3대 광고홍보기획사인 퍼블리시스 그룹이 2016년부터 열고 있는 연례 스타트업 행사인데요. “프랑스를 ‘유니콘(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의 스타트업)의 나라’로 만들겠다”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직접 개막 연설을 하고 쟁쟁한 빅테크 기업들의 최고경영자들이 연사로 나서면서 단기간에 주요 글로벌 행사로 등극했습니다.

그런데 올해 ‘비바 테크’가 선정한 ‘올해의 국가’가 대한민국입니다. 비바 테크 측은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는 20년 전까지는 존재하지도 않았지만, 지금은 1만5000개의 혁신적 스타트업과 22개의 유니콘을 갖춘 나라가 됐다”고 평가합니다. 비바 테크는 어떤 행사이고, 어떻게 빠르게 성장했을까요. 스테파니가 알려드립니다.

(스테파니는 ‘스’타트업과 ‘테’크놀로지를 ‘파’헤쳐보‘니’의 준말입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2017년 취임한 직후부터 ‘비바 테크’를 글로벌 스타트업 행사로 만드는 데 앞장섰다. 사진은 2018년 제 3회 비바 테크에서 개막 연설을 하는 모습. 파리=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이달 14~17일 프랑스 파리 포트 드 베르사유 전시장에서 열리는 ‘비바 테크 2023’ . 비바 테크 제공


●‘글로벌 영업맨’ 대통령이 나서는 비바 테크
‘라 프렌치 테크’(La French Tech)라는 이름의 프랑스 스타트업 육성 정책이 있습니다. 프랑스의 기존 지역별 특화 산업정책에 프랑스를 상징하는 동물인 수탉의 이미지를 활용해 국가적 정체성을 부여한 일종의 ‘스타트업 브랜딩’입니다. 세계 최대 가전 정보통신 박람회인 미국 CES에 가면 언젠가부터 붉은 수탉의 깃발들이 휘날립니다. 프랑스가 스타트업 국가라는 기치를 내걸면서 ‘늙은 수탉의 국가’라는 비판은 사그라들었습니다.

라 프렌치 테크는 2013년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 때 나온 정책인데요. 올랑드 정부에서 경제산업디지털부 장관(2014~2016년)을 지내며 이 정책을 담당했던 인물이 지금의 마크롱 대통령입니다. 그러니 마크롱 대통령이 2017년 취임 직후부터 스타트업 혁신 성장을 부르짖은 건 너무나 당연하지요. 그는 현재 27개인 프랑스 유니콘의 수를 2030년까지 100개로 늘리겠다고 합니다.

프랑스 스타트업 육성정책의 상징인 ‘라 프렌치 테크’ 로고.
프랑스 스타트업 육성정책의 상징인 ‘라 프렌치 테크’ 로고.


비바 테크는 신종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지난해 3년 만에 오프라인 행사로 열렸습니다. 저는 2016~2017년 파리에서 기자 연수를 하면서 비바 테크의 태동을 현지에서 접했고, 2018년에는 파리로 날아가 제3회 비바 테크 현장을 취재했었는데요. 그 때의 개막식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마크롱 대통령은 영어와 프랑스어를 섞어 능숙한 연설로 프랑스라는 국가를 세일즈하는 그야말로 ‘글로벌 영업맨’이더군요.

당시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현재 메타) CEO를 비롯해 사티아 나델라(MS), 지니 로메티(IBM), 다라 코스로샤히(우버), 베르나르 아르노(LVMH) 등 실리콘밸리에서도 한꺼번에 만나기 힘든 글로벌 회사 수장들이 집결해 마크롱 대통령의 세일즈 연설을 들었습니다. “프랑스는 지금 미친 듯 변하고 있습니다. 창업을 위해 직장을 관두면 2년 동안 실업 급여도 드리겠습니다. 프랑스를 혁신의 에코 시스템으로 만들겠습니다. 여러분, 내년에도 꼭 이 행사에 다시 와주셔야 합니다.” ‘친기업’ 정책을 펼치는 대통령이 진두지휘하고 재벌과 기업들이 뒷받침한 게 지금의 비바 테크를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메타의 수석 과학자인 얀 르쿤 뉴욕대 교수가 제3회 비바 테크에서 ‘AI의 미래’라는 주제로 대담하던 모습. 파리=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비바 테크는 파리 포트 드 베르사이유 전시장에 여러 기업과 국가별로 전시관이 마련돼 각종 신기술을 선보입니다. 평소 만나기 힘든 연사들이 나서는 다양한 주제의 컨퍼런스도 시간대별로 열립니다 제가 갔던 2018년에는 메타의 수석 과학자인 얀 르쿤 뉴욕대 교수가 ‘AI의 미래’라는 제목으로 대담을 하고, 일본 소프트뱅크 로보틱스의 인간형 로봇 ‘페퍼’가 전시장 곳곳을 누볐습니다. 올해는 어떤 모습이 펼쳐질까요.

파리 포트 드 베르사유 전시장에서 소프트뱅크 로보틱스의 ‘페퍼’를 둘러보던 관람객들. 파리=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올해 ‘비바 테크 2023’이 주목하는 분야와 기술
올헤 비바 테크에는150개 국가에서 2500개 기업이 참여해 9만 여 명의 관람객이 예상되고 있다. 비바테크 제공


올해 비바 테크가 정한 10개의 ‘핫 토픽’
-에너지와 기후테크
-스케일링업
-사이버보안
-인공지능(AI)
-푸드테크
-스포츠의 미래
-딥테크
-미래 공동체 구축
-크리에이터 경제, 메타버스, 게이밍
-웹 3
김과 같은 해조류로 포장재를 만들어 쓰레기를 줄이자는 스타트업 ‘놋플라’. 사진제공 놋플라, 비바 테크
비바테크는 에너지와 기후테크를 중시하는 행사인데요. 올해 게임 체인징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들로 소개하는 곳들 중에도 관련 기업이 많이 보입니다. 예를 들어 2014년 설립된 ‘놋플라(Notpla)’라는 스타트업은 ‘우리는 포장을 사라지게 한다’는 모토로 플라스틱을 대체할 수 있는 해초류로 만든 포장재를 만듭니다.

집에서 채소를 재배하는 기구를 만드는 푸드테크 스타트업 ‘아그와’. 비바 테크 제공


2020년 설립된 푸드테크 스타트업 ‘아그와(Agwa)’는 집에서 채소를 재배하는 기구를 만들어 사람들이 슈퍼마켓에서 식재료를 쇼핑할 때 사용하게 되는 플라스틱 백과 패키징, 탄소배출, 음식물 쓰레기 등을 줄이도록 합니다.

올해 ‘비바 테크 2023’에 마련되는 ‘모빌리티 & 시티 파크’ 전시장 전경. 비바 테크 제공


한편 5년 전 ‘페퍼’ 대신 올해에는 자율주행 로봇들이 비바 테크 행사장을 누빌 것 같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자율주행 배달로봇 스타트업인 ‘오토노미(Ottonomy.IO)’를 비롯해 한국의 ‘뉴빌리티’도 이번에 선보입니다. 비바 테크는 이런 ‘라스트 마일 배달(Last Mile Delivery·고객과의 마지막 접점)’이 전 세계적인 인력난 등을 해결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졸음 운전을 막아주는 장치. 오라이고, 비바 테크 제공

개인적으로는 ‘오라이고’ 스타트업의 졸음 운전 방지 장치가 신박했습니다. 도로 교통사고 중 25%는 운전자의 수면부족에 따른 것이라는 문제 의식에서 출발한 이 스타트업은 머리에 차는 기기가 뇌의 활동을 인식해 졸릴 때 알람을 주도록 했습니다.

‘스포츠의 미래’라는 토픽 주제도 흥미로웠습니다. 코치와 심판, 판독과 전략, 경기 예측까지 AI가 빠르게 스포츠 영역으로 파고들고 있습니다. 비바 테크 측은 “AI를 스포츠에 적용함에 있어 적절한 규제와 윤리적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며 “첨단 기술이 스포츠에 접목되는 가능성과 미래는 앞으로도 무궁무진하다”고 합니다.

●비바 테크에 처음 참석하는 스타트업이라면
올해 비바 테크에 처음 참석한다는 한 스타트업 직원으로부터 어제 전화를 받았습니다. “처음 비바 테크에 가는데 들려주실 이야기가 있나요? 뭘 어떻게 해야 하나요?” 비바 테크에는 나흘 동안 450여 명의 연사들이 나옵니다. 행사장 곳곳에서 각종 강연과 전시가 진행되기 때문에 미리 동선과 내용을 파악해 스케줄을 전략적으로 짜는 것을 추천했습니다.

스타트업들과 투자자들의 ‘연결’이 활발히 이뤄지는 비바 테크 행사장 전경. 비바 테크 제공


비바 테크 측은 올해 이 행사에 처음 참석하는 스타트업들에게 7가지 조언을 합니다.
#1. ‘당신 회사의 스토리’를 20초 이내로 축약해 말해라.
#2.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가 인사하고 대화의 주도권을 가져라.
#3. 여러 스타트업들과 나흘간 부지런히 관계를 맺어라
#4. 같은 회사의 서너 명이 팀으로 참관하면 각자 다른 관점에서 볼 수 있다.
#5. 강연이 끝난 연사에게 달려가 어떻게든 네트워킹해라.
#6. 오랫동안 서 있어야 하므로 운동화를 신어라.
#7. 행사에서 얻은 영감과 교훈을 바로 사업에 활용하라.

비바 테크 2023은 ‘올해의 국가’로 대한민국을 선정해 45개 스타트업이 행사에 참석하게 된다. 비바 테크 제공

비바 테크가 한국을 ‘올해의 국가’로 선정한 이번 행사에는 ‘뉴빌리티’, ‘에이슬립’, ‘펫나우’ 등 그동안 저희 ‘스테파니’가 소개해온 스타트업들을 포함한 45개 회사가 ‘K-스타트업’ 공간에서 전 세계 방문객들을 만나게 됩니다. 대한민국 스타트업의 우수한 기술력을 알리고 글로벌 진출의 계기로 삼게 되기를 응원합니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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