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VC 1세대’가 창업에 나선 이유는[스테파니]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6월 1일 1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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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스테파니 독자 여러분!
동아일보에서 스타트업 취재를 담당하고 있는 김하경 기자입니다.
(스테파니는 ‘스’타트업과 ‘테’크놀로지를 ‘파’헤쳐보‘니’의 준말입니다.)

이번 스테파니에서는 좀 특별한 인물을 소개하려고 하는데요.
대중들은 잘 모르지만 스타트업 업계, 특히 벤처캐피털(VC) 사이에서는 유명한 박미라 미라파트너스 대표(47)입니다. 1999년 VC 업계에 첫발을 디딘 박 대표는, 대한민국 VC 1세대로 꼽히는데요. 18년 동안 VC 업계에 몸담고 있던 그가 2017년 미라파트너스를 설립하게 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활짝 웃고 있는 박미라 미라파트너스 대표. 미라파트너스 제공
활짝 웃고 있는 박미라 미라파트너스 대표. 미라파트너스 제공


―첫 사회생활을 VC에서 시작하셨다고요.
대학 때 전산학을 전공했는데, 졸업하자마자 우연한 기회에 벤처캐피탈에 오게 됐어요. 제일창업투자를 시작으로 업계의 매력에서 벗어나지 못해서 미시간벤처캐피탈 ,이앤인베스트먼트, 라이프코어파트너스까지 창업투자회사(창투사)들과 신기술사업금융전문회사(신기사) 등에서 관리역으로 근무해 왔습니다.

무엇보다 정책 변화에 따라 시장이 민감하게 움직이는 게 재밌다고 느꼈는데요. 거기에 더해, 막 시장에 나온 스타트업을 모르는 사람이 훨씬 많잖아요. 그런데 VC 업계에 있으면 이런 스타트업들이 내놓는 신문물들을 먼저 접하게 된다는 점도 즐거웠습니다.

―그런데 왜 VC에 더 있지 않고 미라파트너스를 설립하시게 된 건가요.
미라파트너스를 간략히 소개하자면, 비상장시장의 참여자들이 핵심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백오피스를 ‘Team as a Service(TaaS)’로 아웃소싱하는 회사인데요. 행정업무의 전반적인 업무를 팀 단위로 제공한다는 의미입니다. 모든 행정업무를 요청만 하면 미라파트너스가 하나의 관리팀이 돼 업무를 해드리게 되는데요. 편리하게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기능을 제공하는 SaaS와 차이가 있죠.

미라파트너스의 업무는 크게 펀드와 VC의 행정관리, 스타트업의 행정관리로 나눌 수 있고요. 때문에 주요 고객은 개인, 액셀러레이터(AC), 유한책임회사(LLC)형 벤처캐피탈, VC, 창투사, 신기사 등과 스타트업입니다.

오랜 시간 VC 업계에 종사하면서 문제의식이 생겼고, 이를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관련 시장은 점점 커지고 있는 반면 VC 관리역들이 하는 업무들은 매뉴얼화돼있거나 정형화돼있지 않아 애로를 느끼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제가 2015년부터 펀드 행정업무에 대한 강의를 해왔는데요, 업계에 새로운 인재들은 많이 유입되는데, 업무가 매뉴얼화돼있지 않다 보니 이 분야에 대해 공부를 하기가 어렵고, 그러다 보니 업무하다 사고가 발생하는 일들이 계속 생기더라고요.

예컨대, 업계에 들어오기 위해서는 창투사 신기사 등의 라이선스를 받아야 하는데, 어디에서 받아야 하는지, 절차나 서류 이런 게 매뉴얼화돼 전해지지 않아 애를 먹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그동안은 업계가 좁다 보니 관련 경험이 있는 사람을 찾거나 소개받아서 조언을 구하고 도움을 받아 설립하는 식이었거든요.

그리고 정부자금을 받아 VC가 펀드를 만들어서 투자를 하는데, 세무적인 이슈나 준법감시 등의 업무를 ‘잘 몰라서’ 제대로 하지 못해 문제가 생기면 정부 자금도 줄어들 수 있거든요. 그러면 시장 활성화에 더욱더 도움이 되지 않죠.

시장은 커지고 있는데, 행정업무를 할 수 있는 관리역들이 부족해서 업계가 성장하는데 한계가 있는 게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같은 고충을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에 2017년 회사를 설립하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VC가 만드는 펀드에 대한 행정업무를 아웃소싱하는 회사로 시작했고요. 그다음에 스타트업 행정지원까지 영역 넓혔습니다. 미라벤처스를 자회사로 설립해 투자도 하고 있고요.

―스타트업 행정지원까지 영역을 넓힌 이유는 뭔가요?
변호사, 회계사 등 전문가 풀을 바탕으로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경우도 있지만 크게 도움이 안 되는 경우도 있고요. ‘이런 거까지 물어봐도 되나’라고 생각되는 것에 대해서 누군가에게 선뜻 물어보기 창피해하는 창업가도 많았습니다. 대기업에서 근무하던 경력이 있는 창업가라고 하더라도, 인사팀이나 총무팀에서 알아서 해줬던 일을 본인이 창업해서 하려 하다 보니 어떻게 할지 몰라 발을 동동 구르기도 하고요. 창업가들이 행정업무를 보는데 시간 뺏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편하게 고충을 들어줄 수 있는 동네 의원 같은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미라파트너스를 쓰지 않고, 내부에 관련 인력을 두면 되는 것 아닌가요?
내부에 ‘관리역’을 두고 이들이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가 있을 텐데요. 시장이 커지면서 관리역 자체가 부족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또 관리 업무는 실제로 업무를 하면서 배워가야 하고, 해당 업무를 했던 사람에게 배워야 해서 체계화된 교육 등을 통해 배울 수가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게다가 대형 회사들은 관리 업무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반면, 중소형 VC들은 이를 상대적으로 허드렛일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요, 그렇다 보니 리스크가 많아지는 악순환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저는 이렇게 중요한 역할이 평가절하되고 있다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생각하면서, 단순반복적인 에러를 시스템으로 해결하고 도울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하게 됐습니다.

―해외에도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있나요?
미국에 ‘카르타(Carta)’ 라는 회사가 있는데요. 이 회사는 스타트업의 주주명부를 관리합니다. LP들에게 펀드 매니지먼트도 제공하고, VC 펀드 관리도 제공합니다.

―장기적인 비전은 뭔가요.
단순히 업무를 지원하는 것 외에 데이터 기업을 꿈꾸고 있습니다. 스타트업의 팩트 데이터를 기반으로 가치를 판단하거나 후속 투자를 연계한다거나, 액셀러레이터들은 엑싯하고 후기 투자자는 딜소싱을 하는데 팩트를 기반으로 할 수 있도록 데이터를 제공할 예정입니다.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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