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시장 침체돼도 주목받는 곳은 분명히 있다… 글로벌 스타트업 생태계 상황은? [스테파니]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6월 15일 1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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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스테파니 독자 여러분!
동아일보에서 스타트업 취재를 담당하고 있는 김하경 기자입니다.
(스테파니는 ‘스’타트업과 ‘테’크놀로지를 ‘파’헤쳐보‘니’의 준말입니다.)

지난주 목요일(8일)과 금요일(9일), 전북 전주에서는 스타트업 업계 상황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는 특별한 행사가 열렸습니다. 바로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매년 한 번씩 주최하는 ‘스타트업 생태계 컨퍼런스’인데요. 투자자를 비롯해 정부, 대기업, 학교, 창업 유관 기관 등 스타트업 생태계를 이루고 있는 다양한 구성원들이 모이는 자리입니다. 올해도 이곳에서 유익한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지난해 전세계적으로 투자 시장이 얼어붙은 가운데 스타트업 생태계는 어떤 상황에 놓여있을까요. 연사들이 전한 한국, 미국, 유럽 의 스타트업 생태계 현황을 스테파니 독자 여러분들에게 소개해드리겠습니다.

8일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개최한 ‘스타트업 생태계 컨퍼런스’에서 스타트업 생태계를 이루고 있는 사람들이 패널토론을 청취하고 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제공.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 글로벌 상황보다 나은 점도…인재 다양성은 여전히 취약
최항집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 현황’을 짚었습니다.
먼저 투자상황을 살펴보면, 올해 1분기(1~3월) 투자규모는 8800억 원으로, 지난해 1분기(2조2200억 원) 대비 60%가량 감소했다고 합니다. 이는 산출기관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53~68%로 집계된 글로벌 감소폭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최항집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이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 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제공.
연도별로 살펴보면 지난해 신규 투자 규모는 13조6000억 원으로 2021년 대비 20%가량 감소했는데, 글로벌 감소폭(30~35%)과 대비해서는 적은 수치입니다. 또 2021년이 투자가 과열된 측면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난해 투자 규모는 ‘비정상의 정상화’로 해석할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지난해 투자재원을 살펴보면 신규펀드 결성규모는 17조6000억 원이었습니다. 이 역시 그 전년도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곳간에 자금이 쌓이고 있는 상황’이 긍정적일지 부정적일지는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일단 스타트업들에게는 ‘금고 문이 열릴 때까지 버티면 된다’는 희망이 될 수 있지만 벤처캐피탈(VC)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인데요.

중소벤처기업부 발표에 따르면 투자수익률은 2021년 12.4%였으나 지난해는 10%대로 낮아졌다고 합니다. 하이리스크-하이리턴의 시장에서 리스크는 올라갔지만 리턴이 줄고 있는 셈이라 VC의 고민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실제로 벤처캐피털협회 자료에 따르면 국내 VC의 79%가 투자여력이 없다고 대답했다고 응답했다고 하고요. 투자사들 사이에서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합니다.

최 센터장은 스타트업 생태계가 건강하게 유지되려면 다양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는데요. 글로벌화를 위해서 자금과 인재의 인바운드-아웃바운드 교류가 활발해져야 하는데, 한국 생태계는 인재의 인바운드가 특히 취약한 상황임을 지적했습니다.

●SaaS 투자 늘고 있는 미국…“콘텐츠·게임 분야 강한 LA도 주목할만한 도시”
미국 상황에 대해서는 김창원 전 타파스미디어 대표가 전했습니다. 타파스미디어는 미국 최초의 웹소설·웹툰 플랫폼을 만든 회사로, 설립 8년여 만에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 인수됐습니다.

미국 스타트업 생태계 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김창원 전 타파스미디어 대표.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제공.

김 전 대표에 따르면 전 세계 벤처투자의 절반 이상이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올해 1분기 미국 시장의 투자 감소폭은 다른 시장에 비해 적었다고 하고요. 실리콘밸리에서 압도적으로 많은 숫자의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뉴욕, LA이 그 뒤를 잇고 있다고 합니다.

전반적으로 투자는 줄어든 가운데에도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섹터별로 살펴볼 때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에 대한 투자가 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전체 벤처투자 가운데 SaaS가 차지하는 비중도 늘고 있고요.

김 전 대표는 요즘 가장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투자 단계로 시리즈 A를 꼽았습니다. 과거 기준으로 봤을 때 충분히 투자를 유치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던 회사들이, 시장 상황이 바뀌고 눈높이가 달라지면서 좌절되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는 것이죠. 다만 그는 상황이 내년쯤 회복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미국에서 스타트업 생태계로서 주목해야 할 지역으로 로스앤젤러스(LA)를 강조하기도 했는데요. 바닷가 중심으로 많은 테크 기업들이 모여있어 ‘실리콘비치’라고 표현되기도 한다고 합니다.

LA의 장점으로는 콘텐츠, 특히 게임분야가 강하다는 점을 꼽았는데요. 그 배경에는 헐리우드에서 3D 그래픽 등의 분야에서 일하던 인력이 영화산업의 비용구조 때문에 계속 있을 수 없어 게임, 메타버스 등의 분야로 이동했다는 것입니다. 또 롱비치 지역은 물류시장이 발달해 리테일 및 이커머스 분야는 오랜시간 LA에서 강점을 보였다고 합니다.

김 전 대표는 “물론 실리콘밸리도 여전히 강하지만, 한국 회사가 미국 진출을 고려할 때 LA도 좋은 시장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습니다.

●초기단계 임팩트 투자 활발한 유럽
유럽 스타트업 생태계에 대한 강연은 피에르 주 코렐리아캐피탈코리아 대표가 진행했습니다. 코렐리아캐피탈의 본사는 프랑스 파리인데, 올해부터 한국에 투자를 시작하게 됐다고 합니다.

유럽 스타트업 생태계 상황에 대해 피에르 주 코렐리아캐피탈 대표가 설명하고 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제공.

유럽의 투자 추이는 한국, 미국과 비슷합니다. 연도별로는 2021년이, 기간별로는 2022년 상반기가 최고점이었습니다. 2022년 7월부터는 감소했지만 2018~2020년과 비교하면 크게 감소한 수준은 아니라고 합니다.

국가별로 분석하면 힘들었던 시장으로 영국과 독일을 꼽았습니다. 독일은 2020년까지 프랑스와 2,3위를 다투며 매우 빠르게 성장했는데요. 특히 2021년에는 퀵커머스나 캐시버닝이 높은 모델들이 빠르게 펀딩을 받는 등 폭발적으로 많은 투자가 이뤄졌습니다. 그러다 2022년 들어서 다른 국가에 비해 조금 앞서 꺾이기 시작했다고 하고요. 프랑스, 벨기에, 이탈리아는 누적 투자금액을 고려하면 2022년에도 계속 성장했다고 합니다.

섹터별로 살펴보면, 핀테크 분야는 꾸준히 많은 투자가 이뤄졌습니다. 또 임팩트 투자의 영향으로 푸드와 헬스 등에도 투자가 이뤄졌고요. 또 코로나19로 인해 VC뿐 아니라 창업자들도 목적 지향적인 스타트업에 집중하는 현상이 나타났는데요. 전세계 2000만 달러 미만의 임팩트 투자에서 유럽이 차지하는 비중은 51%로, 초기단계의 임팩트 투자 분야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전세계 2000만 달러 미만의 투자에서 유럽이 차지하는 비중은 23%라는 점과 대비되는 지점입니다.

전세계적으로 투자 시장이 좋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스타트업 업계는 언젠가 찾아올 봄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를 열심히 하고 있는듯 했습니다. 스타트업 생태계 컨퍼런스에서 만난 생태계 구성원들을 통해 앞으로 더 많은 이야기들을 생생하고 자세하게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또 만나요!
김하경기자 whats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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