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리스트의 마켓뷰]신성장동력 발굴로 사업구조 바꾸는 대기업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5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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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
한국 대기업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중간재 수요 급증 구간에서 상대적으로 큰 수혜를 보았다. 하지만 대기업들은 세제 유인 부재에 따라 이익을 유보하는 경향이 강했다. 코스피200 자본총계 내 이익잉여금 비율은 2022년 63.6%로 절대적으로 높다. 높은 유보 이익률은 자본 성과를 떨어뜨려 장기간 한국 주식시장 밸류에이션 저평가 요소로 작용했다. 글로벌 대비 부족한 주주 환원 정책과 기업들의 신성장동력 부재의 결과다.

한국 기업의 낮은 이익률(마진)도 밸류에이션 저평가 요소다. 한국 기업 이익률이 상대적으로 박했던 원인을 기업 제품 수명 주기(Product Life Cycle) 관점에서 찾을 수 있다. 한국이 강점을 보였던 소재, 산업재, 정보기술(IT, 반도체 제외)은 제품 수명 주기 중 성숙 단계에 위치해 있다. 사실이라면 낮은 이익률과 밸류에이션 문제는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 한국 대기업들은 여기에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인수합병, 지분 투자와 같은 신성장동력 발굴을 통해서다.

국내 기업 인수합병과 지분 투자는 2021년 4분기 정점을 맞았다. 코로나19 여파에도 낮아진 자본비용과 성장동력 발굴, 폭발적인 성장 기업 출현 등이 대기업 사업구조 변화로 이어졌다.

미래 핵심 산업 인수합병 및 지분 투자는 몇 개 테마에 집중됐다. 대표적으로 로봇, 인공지능(AI), 바이오, 배터리, 반도체 등 IT, 소프트웨어, 모빌리티(전기차, 자율주행)다. 한국 대기업이 전례 없는 수준으로 사업구조 개편에 집중했던 이유는 제품 수명 주기를 바꾸기 위함이다. 대기업들은 축적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기존 산업에 신산업을 장착시키는 노력에 적극 나서고 있다. 대부분 기존 주력 산업과 인수 대상 신산업이 크게 무관하지 않았다. 삼성과 SK, LG는 반도체, 배터리 소재, 바이오, AI 등에 투자했으며 현대차는 스마트 모빌리티, 포스코는 탄소중립과 2차전지 소재 분야를 집중적으로 발굴했다.

대기업 사업구조의 변화가 국내 주식시장 투자자에게 주는 함의는 세 가지다. 첫째, 신규 성장 사업을 장착한 기존 기업의 밸류에이션 확장이다. 포스코, LG화학 등 가치주 분류 기업들이 신규 사업으로 성장동력을 마련할 경우 민감도가 클 수 있다. 둘째, 코스닥의 중장기적 밸류에이션 재평가 가능성이다. 한국 대기업들이 신성장산업으로 장착하고 싶어 하는 기업들은 대부분 코스닥에 상장돼 있다. 다만 코스닥 시장의 이익 신뢰성이 아직 높지 않아 중장기 접근이 유효하다. 셋째, 한국 대기업 인수합병 대상인 종목과 업종의 밸류에이션 확장이다. 인수합병이나 지분 투자 대상 산업과 기업은 평균 20∼30%대 프리미엄을 부여받는다. 대표적으로 AI, 로봇, 2차전지 소재, 바이오, 시스템반도체, 모빌리티 관련이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
#신성장동력 발굴#사업구조#대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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