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값부터 주정까지”…소주업계, 생산비 증가에 속앓이

  • 뉴시스

가격 동결을 선언한 소주업체들이 원부자재 가격 상승으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지난해보다 제품 생산비용이 크게 늘어나 가격 인상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소비자들의 반발이 거셀 수 있는데다 정부가 제품 가격 인상 자제를 당부하고 있는 만큼 제품 가격 인상이 쉽지 않다는 것이 이들의 목소리다.

18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소주병을 제조하는 제병업체들은 지난해 연말 소주 생산업체에 병값 인상을 통보, 2월부터 순차적으로 180원에 납품되던 병값을 220원으로 22.2% 올렸다.

병값 인상은 공용병인 녹색병과 푸른병을 사용하는 이형병 모두에 적용됐다. 지난해 연말 병뚜껑 가격도 올라 소주를 생산하는 주류사의 원가 부담이 심화됐지만 소주업체들은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에 맞춰 가격 동결을 선언했다.

문제는 다른 곳에서 터졌다.

소주의 주정(에탄올)을 만드는 원료인 타피오카 전분 가격이 오르자 대한주정판매는 18일부터 주정가격을 평균 9.8% 인상하기로 했다. 지난해 주정 가격을 평균 7.8% 인상한 이후 2년 연속 인상에 나선 것이다.

대한주정판매의 주정 가격 인상 소식이 알려지자 주류업계에선 정부의 오락가락 행정에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주정은 전국 10개 주정업체가 제조한 뒤 대한주정판매로 일괄로 납품된 후 정부가 책정한 가격에 따라 소주업체에 판매되는데 정부가 제품 가격을 올리지 말아달라고 으름장을 놓으며 소주 값 인상 요인을 만들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소주값 6000원 시대를 막겠다고 소주 가격 동결을 요구하면서 국세청은 제품 생산하는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정 가격을 인상한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제품 생산하는 비용 부담 증가를 사기업이 감내하라는 행정인 지 의미를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다른 관계자는 “주정은 정부가 책정한 가격으로 판매되는데 대한주정판매는 주정값 인상을 4월 중순에 업체에 통보했다”며 “내부적으로 주정 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것을 인지했었다면 소주가격을 당분간 인상하지 않겠다는 발표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각을 세웠다.

주류업계에선 이번 주정 가격 인상으로 인해 소주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수 있다고 봤다. 병과 병뚜껑 가격 인상의 경우 공병 수거율을 높이며 대응할 수 있었지만 주정 인상은 소주 가격에 직접적인 압박을 줄 수 있다는 전망이다.

실제로 소주업계는 주정 가격이 올랐을 때 제품 가격 인상에 나선 바 있다. 2012년, 2008년, 2022년 주정 가격이 인상된 이후 소주 업체들은 1~2달 간격을 두고 가격을 조정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초 인상된 병값의 경우 공병 활용도를 높일 경우 제품 가격을 동결해도 인상 요인을 감내할 수 있다는 내부적인 판단이 있었지만 주정의 경우 다른 상황”이라며 “주정 가격이 오르면 제품 생산비용이 크게 뛸 수 밖에 없다”라고 주장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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