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1조3823억 성과급 잔치… 금감원장 “법에 맞나 점검”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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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성과보수 체계 집중점검 나서
당국 “수익 나면 성과급 잔치하고
어려울땐 정부지원 받는식 차단
서민지원 실효성 정기적 평가할것”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들의 ‘돈 잔치’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보낸 가운데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이 지난해 1조4000억 원에 이르는 임직원 성과급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은 성과급을 포함한 은행의 성과보수 체계를 집중 점검하는 한편 고금리로 어려움을 겪는 서민과 중소기업을 위한 은행 지원이 ‘생색내기’에 그치지 않도록 대책 마련에 나서기로 했다.
●금융당국, 은행 성과급 ‘정조준’

14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5대 시중은행의 성과급 총액은 1조3823억 원으로 집계됐다. 2021년 1조193억 원보다 35.6%나 불어난 수치다. 은행별로는 NH농협은행이 6706억 원으로 가장 많았고 KB국민은행 2044억 원, 신한은행 1877억 원, 하나은행 1638억 원, 우리은행 1556억 원 순이었다.

이들 은행에서 지난해 최고 성과급을 받은 임직원은 KB국민은행의 전직 고위 임원 A 씨로 15억7800만 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고위 임원은 2021년 말 퇴임에 따라 그동안 이월된 장·단기 성과급을 동시에 지급받으면서 성과급 규모가 커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임원 1명의 평균 성과급을 따져보면 KB국민은행이 2억1600만 원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하나은행(1억6300만 원), 신한은행(1억7200만 원), 우리은행(1억400만 원), NH농협은행(4800만 원) 순이었다. 직원 1인당 평균 성과급은 NH농협은행(3900만 원)이 가장 많았고 하나은행(1300만 원), 신한은행(1300만 원), KB국민은행(1100만 원), 우리은행(1000만 원)도 모두 1000만 원을 넘었다. 다만 NH농협은행은 이에 대해 정기 상여금 등이 포함된 수치라고 해명했다. 지난해 5대 금융지주사의 순이익이 18조 원을 넘기며 사상 최대 실적을 낸 가운데 이들 은행은 지난 연말 예년보다 더 많은 기본급 300∼400% 수준의 성과급을 책정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올해 지급될 성과급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성과급 체계를 점검해 은행들의 ‘돈 잔치’를 막겠다는 계획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이날 임원회의에서 “은행의 성과보수 체계가 관련 법의 취지와 원칙에 맞게 운영되고 있는지 점검하겠다”며 “미래손실 가능성 및 건전성 등 중장기 지표를 충분히 고려하도록 하는 등 미흡한 부분은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은행들의 성과급 규모가 단기 성과에 과도하게 연동돼 있지 않은지 등을 살펴볼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난해처럼 큰 수익이 날 때는 거액의 성과급을 지급하고 형편이 어려워지면 정부의 지원을 받는 식의 은행 경영을 막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수억 원 받는 희망퇴직, ‘복지제도 아니냐’ 비판도
매년 1인당 3억, 4억 원에 이르는 특별퇴직금을 추가로 지급하는 은행들의 희망퇴직 관행 역시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연말 연초 5대 시중은행은 2200여 명을 희망퇴직시키면서 1인당 평균 3억4000만∼4억4000만 원의 특별퇴직금을 지급했다. 여기에 법정퇴직금까지 합치면 6억∼7억 원씩 손에 쥔다는 계산이 나온다. 희망퇴직이 은행 구조조정과 경영 효율화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지가 아니라 직원들을 위한 일종의 복지제도로 변질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은행원들이 받는 수억 원대의 퇴직금에 비하면 일반 직장인들의 퇴직금은 ‘쥐꼬리’ 수준이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귀속 기준 직장인 평균 퇴직금은 1501만 원에 불과했다.

은행들은 정해진 규정에 따라 성과급, 퇴직금을 지급하는 것일 뿐 막대한 이자수익에 따른 ‘돈 잔치’와는 거리가 있다고 해명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성과급 규모는 경영 성과 등과 연동이 돼 있고, 희망퇴직금은 비대면 전환과 지점 감축에 따라 강제성 없이 인력을 줄이기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또 작년 채권시장 경색 때 금융당국이 은행들에 수신금리 인상을 자제하라고 압박함에 따라 은행 예대 마진이 더 커졌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은행의 ‘공공재 성격’을 강조하고 금융당국이 후속 작업에 나서면서 은행의 급여체계 개선과 각종 서민 지원에 대한 압박은 보다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은행들이 서민과 중소기업을 지원하고 있다고 하지만 효과가 체감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며 “어떤 계층에 얼마나 실효성 있는 지원이 이뤄지는지 정기적으로 평가하는 체계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윤명진 기자 mjlight@donga.com
#5대 시중은행#은행 성과급#희망퇴직#복지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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