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즉, 근로자 개인 역량 못지않게 어떤 산업에서 직장을 구하느냐가 고임금을 받느냐, 받지 못하느냐를 가르게 된 셈이다.
예컨대 학력, 경력, 나이 등 조건이 모두 같은 근로자가 전자부품 제조업에서 일할 경우 사회복지 서비스업에서 일하는 경우보다 임금이 54% 더 높게 나타났다. 약 10년 전엔 임금이 40% 높았으니 최근 격차가 더욱 확대됐다.

그 결과, 임금 불평등은 금융위기 이후 완만한 상승세를 보였으며 이는 산업 내 분산이 줄었음에도 산업 간 분산이 확대된 데 기인했다.
특히 산업 간 분산 증가는 임금 분포 양 끝점에 있는 일부 산업이 주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산업 중분류 72개 중 양 극단 5개 산업, 즉 총 10개 산업 사이 임금 격차 확대가 전체 양극화를 이끌었다는 것이다.
임금 분산 증가에 기여한 정도가 가장 큰 10개 산업 중 고임금 5개 산업은 △전자부품 제조업 △연구개발업 △금융보험업 △금융업 △전문서비스업(기여율 순)으로 나타났다.
저임금 5개 산업은 △사회복지 서비스업 △기타 개인 서비스업 △교육 서비스업 △음식주점업 △사업지원 서비스업이었다.

임금 프리미엄이란 성, 경력, 학력 등 개인적 특성이 모두 같다는 가정 아래 어느 산업에 속했느냐에 따라 받는 임금 상승분을 뜻한다.
고임금 산업에서는 연구개발업의 임금 프리미엄이 가장 큰 폭으로 상승(농림어업 대비 +17%포인트)했으며 전자부품 제조업(+9)과 금융업(+8)도 높은 상승 폭을 기록했다.
이는 같은 조건의 근로자가 전자부품업에서 일하면 농림어업에서 일하는 경우에 비해 2009~2012년에는 27% 높은 임금을 받았지만 2018~2021년에는 36%(+9%p) 고임금을 받았다는 뜻이 된다.
저임금 프리미엄은 기타 개인 서비스업에서 크게 하락(-14) 전환했으며 사회복지(-6)와 교육서비스(-4)도 줄어들었다.
고임금 근로자들은 고임금 산업으로, 저임금 근로자들은 저임금 산업으로 몰리는 근로자 구성 변화도 임극 격차에 기여했을 가능성이 있다.
오 차장은 “기업이 핵심 업무 위주로 동질적 근로자를 채용하고 여타 IT, 회계, 인사, 시설관리 등을 아웃소싱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나 이 과정에서 산업 간 근로자 선별과 단절이 심화되면 산업 간 임금 격차가 장기적으로 더 확대되고 산업 간 근로자 이동도 제약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대형 기업에서 일하는 저임금 근로자의 규모 프리미엄 축소도 임금 격차 확대에 기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보고서는 “고임금 산업에서는 대형 기업의 규모 프리미엄이 큰 변화 없이 높은 수준을 유지(+24% → +24%)한 반면 저임금 산업에서는 과거 양의 값이었던 규모 프리미엄이 마이너스 전환(+11 → -5)했다”고 밝혔다.
이는 저임금 서비스 산업의 프랜차이즈화가 이뤄지고 대형 기업에서 근무하는 저임금 산업 근로자의 임금 협상력이 약화됐기 때문으로 추정됐다.
보고서는 “2009~2021년 임금 분산을 보면 고임금 산업은 임금이 상대적으로 더 오르면서 고용이 늘어난 반면 저임금 산업은 임금이 덜 오르면서 고용이 증가했다”며 “기술·학력 미스매치 등 산업 간 노동 이동 마찰을 줄일 수 있는 적극적인 노동시장 정책을 통해 산업 간 인적자본의 효율적 배분을 도모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