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운용-의결권, 정부 입김 차단해야… 외부 위탁 바람직”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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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주의 펀드’ 강성부 KCGI 대표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에서 만난 행동주의 펀드 KCGI의 강성부 대표. 지난달 메리츠자산운용 인수 계약을
 체결한 강 대표는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적극적인 주주 행동에 나서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에서 만난 행동주의 펀드 KCGI의 강성부 대표. 지난달 메리츠자산운용 인수 계약을 체결한 강 대표는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적극적인 주주 행동에 나서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국민연금의 기금 운용과 의결권 행사를 외부 전문 업체에 위탁해 정부 입김에서 자유로운 독립적 운용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소유분산 기업, 이른바 ‘주인 없는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을 촉구함에 따라 ‘스튜어드십(stewardship·기관투자가의 적극적 경영 참여)’이 도마에 올랐다. 기업들에 대한 경영 감시가 필요하지만 정부가 사실상 국민연금을 통해 민간기업 경영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만만치 않다. ‘행동주의 펀드 1세대’ 강성부 KCGI 대표는 국민연금이 ‘어떤 의결권’을 행사하는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에서 본보와 만난 강 대표는 “(국민연금이) 국민 노후 보장이란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는 데 정치적 판단이 개입해선 안 된다”며 “공정한 경쟁을 통해 선정된 위탁 운용사가 오로지 기금 운용 수익률 제고를 목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도록 하는 것이 더 나은 방향”이라고 덧붙였다.

강 대표는 기업의 지분을 사들여 적극적으로 경영 참여에 나서며 행동주의 펀드로 존재감을 키워 왔다. 하지만 개인 투자자들을 대변하는 ‘흑기사’ 역할을 자처하지만 결국 펀드 수익률 확보를 우선한다는 지적과 적은 지분으로 기업을 과도하게 흔든다는 비판도 그를 뒤따른다.

강 대표는 “한국은 대주주가 주주 가치를 훼손하는 의사 결정을 내려도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제도적 허점이 너무 많다”며 “소액 주주들이 피해를 입는 상황이 계속되면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주식시장 저평가)는 해소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대주주에게 위협적인 존재가 되는 것이 펀드 매니저로서 ‘신의성실 의무’”라고 강조했다.

KCGI를 설립한 2018년,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의 재무·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며 호기롭게 등장했다가 상당한 시세차익을 챙기고 떠나면서 ‘먹튀’ 논란의 중심에도 섰던 강 대표. 이에 대해선 “펀드사가 수익을 최우선으로 챙기는 건 당연하다. 수익을 내지 못한다면 KCGI의 존립 기반이 무너지고, 그렇다면 아무리 좋은 취지도 무색해져 버리는 법”이라고 반박했다.

최근 1∼2년 새 행동주의 펀드들의 활약에 대해서는 큰 기대감을 표시했다. 토종 행동주의 펀드가 주주로서 목소리를 높이고 주가가 오르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 강 대표는 “동학개미운동 등으로 깨어난 개인투자자들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기업들도 눈치를 더 볼 수밖에 없게 됐다”며 “행동주의 펀드 활동의 성공 사례가 하나둘씩 생겨나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행동주의 펀드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기 시작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요즘 강 대표는 오스템임플란트를 두고 고심 중이다. 2000억 원대 횡령과 편법 증여 논란 등에 휩싸인 최규옥 오스템임플란트 회장의 퇴진 등을 강력히 요구해 왔는데, 최 회장이 사모펀드 연합에 경영권을 매각하기로 하면서 싸울 대상이 사라진 것이다. 강 대표는 “애매한 상황에 처했지만 우리가 실질적 위협이 됐다는 것 자체로 진일보했다”면서 “(사모펀드 연합의) 공개 매수에 응할지는 아직 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인수 계약을 체결한 메리츠자산운용에 대해서는 “대주주 변경 신청 절차가 6월 말 안에는 마무리될 것”이라며 “향후 메리츠운용의 공모 펀드들을 통해서도 적극적인 주주 관여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국민연금#의결권#행동주의 펀드#강성부 kcgi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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