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긴축공포 덜었다” 환율 7개월만에 1240원대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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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임금상승률 둔화 등 고용 호조
원-달러 환율 두달새 200원 하락
한은, 금리 추가인상 숨돌릴 여유
일부 “시장 취약, 强달러 또 올수도”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가 느려질 것이라는 기대감 속에 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25.1원 내린 1243.5원에 장을 마쳤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가 느려질 것이라는 기대감 속에 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25.1원 내린 1243.5원에 장을 마쳤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통화긴축 속도 조절에 나설 것이란 기대감이 번지면서 원화 가치가 급등하며 환율이 1240원대로 내렸다. 지난해 10월 한때 1440원 넘게 치솟으며 ‘외환위기’ 경고음까지 울렸던 원-달러 환율이 두 달여 만에 200원 넘게 하락한 것이다.

물가 상승을 부채질하던 고환율 위기가 진정되면서 외환당국은 한시름 놓게 됐지만 여전히 대외환경은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시장의 버블(거품)이 급속히 붕괴될 경우 환율이 다시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 환율, 7개월 만에 1240원대로
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25.1원 급락(원화 가치는 급등)한 1243.5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때 환율은 1242.8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환율이 종가 기준 1240원대로 떨어진 건 지난해 6월 3일(1242.7원) 이후 처음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10월 25일 장중 1444.2원까지 치솟으며 고점을 찍은 뒤 11월 이후 가파르게 내리막을 탔다. 최근 원화 가치가 상승한 것은 미국 연준의 긴축 공포가 완화되면서 달러화 강세가 누그러졌기 때문이다. 6일(현지 시간) 발표된 미국 12월 고용지표에서 고용자 수가 증가하고 임금 상승률이 둔화하면서 외신들은 물가 상승 압력이 줄어들면서도 고용이 호조를 보이는 이른바 ‘골딜록스’(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은 이상적인 경제 상황) 시나리오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을 앞다퉈 내놨다. 미국 경제가 불황을 피해 연착륙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면서, 연준이 금리 인상을 중단하고 조기 ‘피벗’(통화정책 방향 전환)에 나설 것이란 낙관론이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미국 달러화 강세 진정 국면에서 원화 가치 회복세는 두드러진다. 지난해 11월 이후 이달 6일까지 원-달러 환율은 10.9% 급락했는데 일본 엔화(―9.9%)와 중국 위안화(―6.2%), 유로화(―5.9%), 영국 파운드화(―3.3%) 등 주요국 통화보다도 하락 폭이 컸다. 원화 가치가 상대적으로 더 올랐다는 얘기다. 같은 기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6.9% 하락했다.
○ “달러화 강세 다시 나타날 수도”
환율이 안정되자 한은도 통화정책 운용에 한결 여유가 생겼다. 한은은 13일로 예정된 새해 첫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3.50%로 0.25%포인트 올릴 것으로 점쳐진다. 최근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물가 안정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데다 금리 인상에 따라 미국과의 기준금리 격차도 1.00%포인트로 좁혀진다.

이 같은 추세라면 원-달러 환율이 1200원대 초반에서 안정을 찾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인플레이션이 낮아지고 외환시장이 안정되면 한은이 금리를 크게 올릴 요인이 없다”며 “지난해에는 외환시장 안정과 연준의 긴축 등 대외 요인에 통화정책의 포커스를 맞췄다면 올해는 국내 금융시장 안정과 경기 연착륙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환율 하향 안정화 추세를 단정 짓기에는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 입장에선 달러 유입이 원활해야 하는데 반도체 수출 등 대외 여건이 호전되지 않는 한 여전히 리스크가 크다”며 “국내 금융상황이 불안정해지고 미국 경제가 경착륙할 경우 안전자산 선호에 따른 달러화 강세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미국#긴축공포#환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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