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아파트값 역대 최대 4.8% 하락… “매수 문의 전화 한통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2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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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11.9% 대구 ―9.2% 서울 ―4.9%
금리인상-거래절벽 겹치며 급락
“금리 1%P 오르면 집값 4.6% 내려”
KB통계서도 외환위기후 최대 하락

서울 시내의 한 부동산 중개사무소에 급매와 급전세 위주로 가격표가 붙어 있다. 18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11월까지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누적 4.8% 내리며 2003년 12월 관련 통계 집계 이래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뉴시스
서울 시내의 한 부동산 중개사무소에 급매와 급전세 위주로 가격표가 붙어 있다. 18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11월까지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누적 4.8% 내리며 2003년 12월 관련 통계 집계 이래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뉴시스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전용면적 76m²는 이달 20억850만 원에 매매됐다. 지난해 12월 거래 가격(27억8000만 원) 대비 7억7000만 원 이상 하락한 가격이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아파트 매매가격이 20% 이상 떨어졌다”며 “가격이 급락했는데도 매수 문의 전화 한 통 없다”고 말했다.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9단지 전용 49m²는 올해 10월 5억 원에 실거래됐다. 지난해 10월 같은 층이 7억800만 원에 팔렸다는 점을 고려하면 1년 만에 집값이 2억 원 넘게 빠진 것이다.
○ 전국 아파트값 하락 폭, 2003년 이후 최대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전국 아파트값이 역대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민간 통계기관 집계에서는 외환위기가 터진 1998년 이후 하락 폭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기준금리 인상, 거래절벽 등이 겹치면서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은 결과다.


18일 한국부동산원의 전국주택가격동향 조사에 따르면 올해 들어 11월까지 전국 아파트값은 누적 4.8% 내렸다. 부동산원이 관련 조사를 시작한 2003년 12월 이후 1∼11월 기준은 물론이고, 연간 기준으로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11월 한 달에만 전국 아파트값이 2.0% 떨어졌고, 이달 들어서도 매주 사상 최대 하락 폭을 경신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 한 해 아파트값이 누적 7% 가까이 추락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역별로 올해 1∼11월 세종 아파트값은 누적 11.9% 떨어졌고, △대구 ―9.2% △인천 ―8.2% △대전 ―7.0% △경기 ―6.6% △서울 ―4.9% 등의 하락세도 컸다. 민간 통계인 KB국민은행 조사 역시 비슷한 모습이다. 올해 1∼11월 누적 아파트값 하락 폭(―1.63%)이 외환위기 때인 1998년(―13.56%) 이후 24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 “기준금리 1%포인트 오르면 수도권 아파트값 5.8% 하락”
지난해까지만 치솟던 집값이 올해 들어 완전히 다른 추세로 전환된 이유로는 기준금리 인상이 첫손에 꼽힌다.

신용상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날 금융브리프 특별호에 실린 ‘최근 부동산시장 현황 및 향후 리스크 점검’ 보고서에서 시장금리(국고채 3년물 기준) 상승이 지역과 상관없이 아파트 가격의 전반적인 하락을 유발한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 1분기(1∼3월)부터 올해 2분기(4∼6월)까지 다른 조건이 동일할 때 시장금리 1%포인트 상승은 8개 분기(24개월)에 걸쳐 전국 아파트 가격을 4.57% 떨어뜨렸다. 특히 수도권 집값이 5.0% 떨어지며 하락 폭이 컸다.

팬데믹 이후 시장금리 상승 충격은 상대적으로 더 컸다. 2018년 1분기부터 올 2분기까지의 기간을 별도로 분석한 결과 시장금리가 1%포인트 오르자 전국 아파트 가격이 5.04% 떨어졌다. 지역별로는 수도권(―5.77%), 지방 5대 광역시(―5.73%), 서울(―3.37%) 순으로 집계됐다. 보고서는 “주택 가격이 고점이라는 인식과 추가 금리 인상 우려가 겹치면서 수요 위축과 거래절벽이 심화되고, 결과적으로 매매가격 급락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의 월간 아파트 거래량은 7월부터 10월까지 4개월 연속 1000건을 밑돌고 있다. 아직 신고기한이 남았지만 11월 거래량도 665건에 그친다. 올해 들어 이날까지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1만1161건으로 지난해(4만1987건)의 4분의 1 수준이다.

업계 전문가들도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향후 부동산 시장 전망이 갈릴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안성용 한국투자증권 부동산팀장은 “내년 기준금리가 얼마나 인상되는지에 따라서 시장 침체가 더 깊어질지, 아니면 일정 수준에서 멈출지를 판가름할 수 있을 것”이라며 “대출 규제 완화 등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함께 이뤄져야 연착륙을 도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윤명진 기자 mjlight@donga.com


#아파트값#금리인상#거래절벽#기준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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