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마저 2년만에 감소… 무역수지 7개월째 적자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1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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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수출이 1년 전보다 5.7% 감소해 2년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무역수지는 67억 달러 적자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25년 만에 7개월 연속 적자가 이어졌다.

올 들어 10월까지 누적 무역적자는 356억 달러로 불어나 연간 기준 최대치를 넘어섰고 1위 교역국인 중국과의 무역수지도 최대 적자를 기록했다. 내년 세계 경제 침체가 예상되는 가운데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 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

수출, 1년전보다 5.7% 줄어… “글로벌 IT경기 위축이 큰 부담”


수출마저 마이너스



반도체 수출 3개월 연속 감소, 철강-석유화학도 20% 넘게 급감
對中 수출은 1년새 15.7% 줄어
정부 “당분간 증가세 반전 쉽지 않아”… 전문가 “신산업으로 활로 모색해야”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발표한 ‘10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524억80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5.7% 줄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2020년 10월(―3.9%) 이후 2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로 한국 1위 수출 품목인 반도체 수출이 17.4% 줄며 3개월 연속 감소한 영향이 크다. 반도체 수출(92억2800만 달러)은 2021년 4월 이후 18개월 만에 처음으로 100억 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지난달 시스템반도체 수출액은 43억8000만 달러로 지난해보다 17.6% 늘었지만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 수출액은 44억7000만 달러로 35.7% 급감했다.


반도체 수출이 주춤한 것은 경기 침체로 중저가 스마트폰 등 정보기술(IT) 기기와 서버에 대한 수요가 줄어서다. D램과 낸드플래시의 공급 과잉으로 인한 가격 하락도 수출 감소에 한몫했다. 낸드플래시 고정거래가격(8GB)은 지난해 7월∼올해 5월 평균 4.81달러에서 지난달 4.14달러로 떨어졌다. D램 가격(128GB)도 올 1∼4월 평균 3.41달러에서 지난달 2.21달러로 내려갔다.

또 다른 주력 수출 품목인 석유화학(―25.5%), 철강(―20.8%), 컴퓨터(―37.1%) 등도 두 자릿수 감소율로 수출이 급감했다. 철강의 경우 미국, 유럽연합(EU)의 경기 둔화에 따른 수요 감소로 가격 하락 악재가 겹쳤다. 철강 수출단가는 지난해 10월 t당 1355달러에서 올해 10월 1162달러(추정치)로 14.3% 떨어졌다. 석유화학 부문은 최대 수입국인 중국이 자급률을 높이며 수요가 줄어 수출단가가 지난해 10월 t당 1477달러에서 지난달 1382달러로 6.4% 떨어졌다.

최대 교역국인 중국으로의 수출액은 지난달 121억6000만 달러로 지난해보다 15.7% 줄었다. 5개월 연속 감소세다. 중국 정부의 코로나 봉쇄로 촉발된 경기 침체가 핵심 요인이다. 지난달 대중 무역적자는 12억5000만 달러로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최대였다.

반면 지난달 수입은 591억8000만 달러로 지난해보다 9.9% 늘었다. 이에 따라 무역수지는 67억 달러 적자로, 4월 이후 7개월 연속 적자를 보였다. 특히 지난달 에너지 수입액은 155억3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42.1% 급증하며 무역적자를 키웠다.

정부가 반도체, 2차전지 등 분야별 수출 동력 확보 대책을 부랴부랴 내놓고 있지만 대외 요인으로 촉발된 무역적자를 해소하기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미국 금리 인상, 글로벌 경기 둔화 여파로 내년 상반기(1∼6월)까지 무역적자가 이어지는 등 수출 하락세가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정부도 다소 비관적인 수출 전망을 내놓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열고 “반도체 단가 하락 등 글로벌 IT 경기 위축이 IT 비중이 높은 우리 수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어 당분간 증가세로의 반전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김정식 연세대 명예교수(경제학부)는 “단기적으로는 환율을 관리해 수입을 조절하고 중장기적으로 바이오, 배터리 등 신산업을 집중 지원해 활로를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수출#무역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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