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연말 기준금리 2.75~3.0% 합리적”

  • 뉴시스
  • 입력 2022년 7월 13일 11시 31분


코멘트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3일 “시장에서 연말 기준금리를 2.75~3.0%까지 기대하고 있는 것은 합리적 기대”라고 밝혔다.

이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정례회의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물가상승률이 6%를 넘어서면서 가속화 되고 있는 상황이라 이 같은 예측은 너무나 당연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2.75%가 될지 그 밑이 될지 3.0%이 될지는 주요 선진국들의 금리를 어떻게 변화시킬지, 그에 따라 유가가 변화할지 여러 요인에 달려있다”며 “지금으로서는 2.75~3.0% 기대가 합리적”이라고 설명했다.

한은 금통위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부에서 금통위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1.75%에서 2.25%로 0.5%포인트 인상했다. 한은이 빅스텝을 단행한 것은 1999년 기준금리가 도입된 이후 사상 처음이다. 기준금리를 세 차례 연속 올린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이 총재는 이와 관련 “물가상승률이 상당히 높은 수준인데다 물가와 임금 간 상호작용이 강화되면서 고인플레이션이 고착화될 위험이 커지고 있다”며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은 고인플레이션 고착화를 막기 위한 선제적 대응”이라고 평가했다.

이 총재는 또 긴축으로 전환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한 두번 금리가 더 올라도 긴축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답했다.

그는 “중립금리는 학술적 의미로 봤을 때 범위가 매우 넓은데 금리를 2.25%로 올려도 중립금리 범위에서 하단에 가까워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아직까지는 중립금리 수준까지 왔다고 볼 수 없다”고 짚었다. 중립금리는 경기를 과열 또는 위축시키지 않는 적정 수준의 금리를 뜻하는데 기준금리 결정을 할 때 주요 잣대 중 하나로 꼽힌다. 현재 시장에서는 중립금리를 2% 중 후반대 수준으로 보고 있는데, 이 보다는 더 높아져야 한다는 뜻이다.

내년에 경기가 침체되면 금리를 인하해야 하냐는 의견이 나오는 것에 대해서는 “지금 판단하기는 성급하다”며 “앞으로 수개월간 경기가 변하는 것을 보고 경기와 함께 물가 상승률을 보고 종합적으로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 방문으로 ‘한미 통화스와프 재개가 논의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한미 통화스와프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역할이기 때문에 재무부 장관이 직접 얘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다만 조 바이든 대통령 방한때 외환시장과 관련해 여러 방면을 고려하기로 한 만큼 이에 관해서는 자연스럽게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과 옐런 장관 사이에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이 총재는 앞으로 당분간 0.25%포인트씩 점진적으로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8월에도 연속으로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왔으나 그 가능성이 낮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한 만큼 국내 물가 흐름이 현재 전망하고 있는 경로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금리를 당분간 0.25%포인트씩 점진적으로 인상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현재 물가 전망 경로에 대해서는 “향후 몇 달간 지금보다 높은 수준을 보인 후 점차 완만히 낮아지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다만 대내외 여건 변화로 인플레이션이 더 가속되거나, 이와 달리 경기 둔화 정도가 예상보다 커진다면 정책 대응의 시기와 폭도 달라질 수 있다”며 “이 과정에서 신흥국의 환율상승 및 자본유출압력 증대와 그에 따른 국제금융시장 상황 변화가 우리 금융·외환 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예의 주시하겠다”고 말했다.

이 총재의 이 같은 발언으로 다음달 연속 ‘빅스텝’을 단행할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빅스텝 가능성이 없다는 표현은 너무 강한 표현 같다”며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조정하는게 바람직할 것 같다고 말한 것인데 인플레이션이 가속화되면 정책 스탠스가 바뀔 수 있다”고 말해 빅스텝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그게(물가) 7%냐 6.5%냐는 금통위원들이 외환시장 상황 등을 보고 판단 할 것”이라며 “몇 퍼센트 이상이면 빅스텝하겠다고 말씀드릴 수 없다”고 말했다.

물가 정점에 대해서는 “3분기 말이나 4분기 정도 정점을 보이고 그 후 안정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며 “불확실성이 크지만 유가 선물시장에 대한 기대를 반영하면 3분기 후반이나 4분기 초에 정점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그는 “한 달 전만 해도 유가가 110, 120달러로 올랐으나 전 세계적으로 경기 침체가 우려되며 유가가 최근 다시 100달러 밑으로 떨어졌다”며 “유가 선물 가격은 연말 정도면 90달러, 내년에는 80달러 중반으로 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도 “불확실성이 크다”며 “유가, 가스 가격이 어떻게 될지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러시아의 유럽 가스 수출 등이 어떻게 될지에 달려있다. 사실 (정점이) 언제가 될지 예측할지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저희가 유가만 보는데, 천연가스 가격은 더 올랐고 식료품 가격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며 “정점 이후에도 물가가 급격히 낮아지기보다는 완만하게 떨어질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빅스텝’으로 인한 경기침체 우려에 대해서는 “금통위 입장은 6% 넘는 물가 상승세가 계속되면 경기보다 물가를 먼저 잡는 것이 경기에도 좋고 전체 거시경제 운영에도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미 기준금리 역전이 불가피한 데 대해서는 “미국이 물가 상승률이 8%가 넘는 등 우리보다 훨씬 높은 수준인데 아직까지는 상대적으로 경기가 잘 버티고 있기 때문에 금리를 큰 폭으로 올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그렇게 되면 금리가 역전될 텐데 그 자체로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과거에도 세 차례 정도 역전이 있었는데 금리 격차보다는 그로 인해 생기는 외환시장 자본유출 등을 보고 판단해야 한다”며 “역전폭이 0.75%포인트냐, 1.0%포인트냐의 문제가 아니고 올라갔을 때 우리만 영향을 받는지 아니면 전세계가 다 영향을 받는지가 다른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처럼 달러를 제외하고 전세계적으로 환율이 절하되고 있는 국면에서는 우리나라만 자본유출이 되는지 판단해야 한다”며 “그게 아니라면 너무 예전처럼 위기가 오는 건 아니다”고 덧붙였다.

‘자이언트 스텝’으로 대응할 필요에 대해서도 “우리나라는 미국보다는 물가 수준이 높은 수준이 아니라 미국처럼 빠르게 자이언트 스텝을 갈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1.5~1.75%로 이번달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할 경우 상단이 2.5%로 올라 한국(2.25%)보다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높아진다.

경기 침체 속 물가가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에 대해서도 “올해 성장률이 2% 중반정도, 내년에는 2% 가깝게 생각하고 있는데 아직까지는 2% 밑으로 크게 성장률이 떨어질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스태그플레이션을 걱정할 단계는 아니다”고 일축했다.

[서울=뉴시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